2008.06.14 02:06
개인 날 / 갠날, (-이-)의 표기오류
조회 수 6901 추천 수 11 댓글 0
어떤 개인(?) 날
'어떤 개인 날'. 우리에게 참으로 낯익은 글귀다. 어둠의 터널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비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 글귀는 우리네 삶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렇기에 동서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의 사랑을 받았나 보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떤 개인 날', 황동규 시집 『어떤 개인 날』, 노향림의 시 '어떤 개인 날' 등 이 글귀를 사용한 예술작품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 준다.
이 좋은 말 속에도 옥에 티가 있다. 표기법상 '개인'은 '갠'의 잘못이다. 기본형이 '개이다'가 아니라 '개다'이므로 '개니/개어/갠' 등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갠 날'이 바른 표기다. 이렇듯 기본형에 '-이-'가 들어가 잘못 활용되고 있는 말들이 꽤 눈에 띈다.
설레이는 마음(×)→설레는 마음(○), 목이 메이다 →목이 메다, 헤매이는 발길 →헤매는 발길, 몇 번이고 되뇌였다 →되뇌었다, 살을 에이는 추위 →살을 에는 추위.
'어떤 개인 날'을 '어떤 갠 날'로 고쳐 놓으면 왠지 감칠맛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시적 언어로 쓰인 방언인 '(봄)내음''나래'를 표준말 '(봄)냄새''날개'로 바꿔 놓았을 때 느끼는 기분처럼. 그러나 '어떤 개인 날'이 시적 언어로는 널리 사랑받고 있지만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라는 점은 꼭 알아두자.
한규희 기자 khhan@joongang.co.kr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1391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97883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2798 |
2556 | 싸다 | 바람의종 | 2008.04.07 | 6907 |
2555 | 굴지 | 바람의종 | 2007.06.05 | 6911 |
2554 | 줏개 | 바람의종 | 2009.09.03 | 6914 |
2553 | 영어식 표현 | 바람의종 | 2008.10.27 | 6914 |
2552 | 와중 | 바람의종 | 2007.08.10 | 6917 |
2551 | ‘김치’와 ‘지’ | 바람의종 | 2007.09.22 | 6924 |
2550 | 굼때다 | 바람의종 | 2008.07.05 | 6930 |
2549 | 슬리퍼 | 바람의종 | 2009.07.29 | 6932 |
2548 | 전하 | 바람의종 | 2007.08.16 | 6936 |
2547 | 목적 | 바람의종 | 2007.07.03 | 6939 |
2546 | 드라비다말 | 바람의종 | 2008.01.02 | 6944 |
2545 | 니서껀 내서껀 | 바람의종 | 2008.12.27 | 6950 |
2544 | 벌개미취 | 바람의종 | 2008.05.05 | 6952 |
2543 | 액면 그대로 | 바람의종 | 2008.01.25 | 6955 |
2542 | 잇단, 잇달아 | 바람의종 | 2009.07.29 | 6956 |
2541 | 외래어란? | 바람의종 | 2008.09.03 | 6957 |
2540 | 맵토이 | 바람의종 | 2008.09.24 | 6958 |
2539 | 십상이다 | 바람의종 | 2007.05.16 | 6958 |
2538 | 그닥 | 바람의종 | 2008.03.11 | 6959 |
2537 | 라틴말의 후예 | 바람의종 | 2008.02.03 | 6963 |
2536 | 원숭이 | 바람의종 | 2008.11.13 | 6964 |
2535 | 뒷담화 | 바람의종 | 2009.06.15 | 69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