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2 01:18
'돋구다'와 '돋우다'
조회 수 9744 추천 수 16 댓글 0
'돋구다'와 '돋우다'
'화(火)는 독(毒)입니다. 화는 여러분을 태우는 불길입니다. 화에 휩싸이면 이성을 잃습니다. 화는 여러분의 눈을 멀게 하지만 연민은 여러분을 현명하게 만듭니다.' 베트남 출신의 반전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은 화를 자꾸 돋우지 말고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이라고 말한다.
'팔순의 노모께선 햇볕이 잘 드는 소파에 앉아 손자가 읽었던 동화책을 하루 종일 읽으셨다. 안경을 닦아 달라고 자주 말씀하시는 걸 보니 노모의 안경 도수를 돋구어 드려야겠다….'
'돋우다'를 써야 할 자리에 '돋구다'를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돋구다'는 위에서 보듯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라는 한 가지 의미밖에 없다. 반면 '돋우다'는 '기분이나 흥미·의욕·입맛 등을 더 높아지게 하다' 또는 '수준이나 정도를 더 높이다'를 의미한다.
'명절 전날 전(煎)을 부치는 냄새는 단순히 식욕을 돋우는 것이 아니라 고향의 정을 돋운다', '나는 등을 바라본다. 눈이 아프다. 이런 밤엔 돋우고 낮추고 할 수 있어 귀여운 동물처럼 애무할 수 있는 남폿불이었으면'(이태준의 '고독' 중에서)처럼 쓰인다.
'안경의 도수를 높이다'에만 '돋구다'를 쓰고 그 외에는 '돋우다'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시기와 질투, 이기심으로 가득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돋보기의 도수는 돋구면 돋굴수록 좋지만, 화는 돋우면 돋울수록 몸에 해롭다는 것을 기억하자.
최성우 기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9637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6144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1055 |
2138 | 말 비틀기(1) | 바람의종 | 2010.01.18 | 9739 |
2137 | 천만에 말씀 | 바람의종 | 2010.01.20 | 9739 |
2136 | 사회 지도층 | 바람의종 | 2011.11.25 | 9737 |
2135 | 접수, 제출 | 바람의종 | 2008.12.17 | 9737 |
2134 | 깃들다, 깃들이다 | 바람의종 | 2009.05.04 | 9735 |
2133 | 기특하다 | 바람의종 | 2007.05.07 | 9731 |
2132 | 복실, 복슬, 북슬, 북실 | 바람의종 | 2010.04.19 | 9727 |
2131 | ‘-다랗다’ | 바람의종 | 2010.07.19 | 9725 |
2130 | 먹통 같다 | 바람의종 | 2008.01.07 | 9723 |
2129 | 먼지털이, 재털이 | 바람의종 | 2010.03.13 | 9723 |
2128 | 껌과 고무 | 바람의종 | 2008.09.07 | 9722 |
2127 | 걸리적거리다 | 바람의종 | 2010.08.15 | 9721 |
2126 | 싸목싸목 허소! | 바람의종 | 2009.11.29 | 9720 |
2125 | 임산부/임신부, 홑몸/홀몸 | 바람의종 | 2008.05.31 | 9714 |
2124 | ~마라 / ~말라 | 바람의종 | 2009.02.02 | 9713 |
2123 | 밧다리, 밭다리, 받다리 | 바람의종 | 2010.08.06 | 9713 |
2122 | 못쓸 짓 | 바람의종 | 2010.03.14 | 9712 |
2121 | 유토피아 | 바람의종 | 2008.02.18 | 9711 |
2120 | 돌서덕 | 바람의종 | 2008.02.05 | 9707 |
2119 | 녹초가 되다 | 바람의종 | 2007.12.30 | 9698 |
2118 | 햇볕, 햇빛, 햇살, 햇발 | 바람의종 | 2009.07.18 | 9698 |
2117 | 뀌띰, 괜시레 | 바람의종 | 2008.12.17 | 96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