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2 01:18
'돋구다'와 '돋우다'
조회 수 9675 추천 수 16 댓글 0
'돋구다'와 '돋우다'
'화(火)는 독(毒)입니다. 화는 여러분을 태우는 불길입니다. 화에 휩싸이면 이성을 잃습니다. 화는 여러분의 눈을 멀게 하지만 연민은 여러분을 현명하게 만듭니다.' 베트남 출신의 반전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은 화를 자꾸 돋우지 말고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이라고 말한다.
'팔순의 노모께선 햇볕이 잘 드는 소파에 앉아 손자가 읽었던 동화책을 하루 종일 읽으셨다. 안경을 닦아 달라고 자주 말씀하시는 걸 보니 노모의 안경 도수를 돋구어 드려야겠다….'
'돋우다'를 써야 할 자리에 '돋구다'를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돋구다'는 위에서 보듯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라는 한 가지 의미밖에 없다. 반면 '돋우다'는 '기분이나 흥미·의욕·입맛 등을 더 높아지게 하다' 또는 '수준이나 정도를 더 높이다'를 의미한다.
'명절 전날 전(煎)을 부치는 냄새는 단순히 식욕을 돋우는 것이 아니라 고향의 정을 돋운다', '나는 등을 바라본다. 눈이 아프다. 이런 밤엔 돋우고 낮추고 할 수 있어 귀여운 동물처럼 애무할 수 있는 남폿불이었으면'(이태준의 '고독' 중에서)처럼 쓰인다.
'안경의 도수를 높이다'에만 '돋구다'를 쓰고 그 외에는 '돋우다'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시기와 질투, 이기심으로 가득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돋보기의 도수는 돋구면 돋굴수록 좋지만, 화는 돋우면 돋울수록 몸에 해롭다는 것을 기억하자.
최성우 기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0973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97461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2381 |
1500 | 국면 | 바람의종 | 2007.06.04 | 9203 |
1499 | 기침을 깇다? | 바람의종 | 2010.03.04 | 9204 |
1498 | "빠르다"와 "이르다" | 바람의종 | 2008.04.02 | 9207 |
1497 | 어리숙, 허수룩 / 텁수룩, 헙수룩 | 바람의종 | 2009.02.02 | 9209 |
1496 | 벌이다, 벌리다 | 바람의종 | 2008.10.11 | 9210 |
1495 | 가(價) | 바람의종 | 2011.11.16 | 9211 |
1494 | "뿐"의 띄어쓰기 | 바람의종 | 2008.11.03 | 9213 |
1493 | 덜미를 잡히다 | 바람의종 | 2007.12.30 | 9214 |
1492 | 크레용, 크레파스 | 바람의종 | 2009.03.29 | 9218 |
1491 | 막간을 이용하다 | 바람의종 | 2008.01.06 | 9223 |
1490 | 한잔, 한 잔 | 바람의종 | 2009.07.22 | 9226 |
1489 | 개불알꽃 | 바람의종 | 2008.01.30 | 9228 |
1488 | 장안 | 바람의종 | 2007.08.15 | 9228 |
1487 | 되놈 | 바람의종 | 2008.02.23 | 9230 |
1486 | 괴나리봇짐, 쇠털, 괴발개발 | 바람의종 | 2008.05.23 | 9230 |
1485 |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 바람의종 | 2008.09.20 | 9233 |
1484 | 오부리 | 바람의종 | 2009.07.08 | 9234 |
1483 | 미셸, 섀도 | 바람의종 | 2010.04.24 | 9235 |
1482 | 된장녀 | 바람의종 | 2010.07.20 | 9235 |
1481 | 댕기풀이 | 바람의종 | 2010.08.29 | 9238 |
1480 | 반죽이 좋다 | 바람의종 | 2008.01.10 | 9246 |
1479 | 깃 | 바람의종 | 2012.07.27 | 92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