좇다와 쫓다
바야흐로 프로야구 시즌이다. 푸른 잔디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경쾌한 타구음과 수만 관중의 환호 속에 묻히다 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외야 깊숙이 날아가는 공을 '쫓아'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외야수와 그 공이 홈런이 되기만을 바라며 타구의 궤적을 눈으로 '좇는' 타자가 있다.
'좇다'와 '쫓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남의 뜻을 따라 그대로 하다' '남의 뜻이나 대세를 따르다' 와 같이 추상적인 행동을 말할 때는 '좇다'를 쓴다.
유행을 좇다, 스승의 학설을 좇다, 돈을 좇다. 시인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좇다.
'어떤 대상을 잡기 위해 급히 뒤를 따르다' '떠나도록 내몰다'와 같이 구체적인 행동을 말할 때엔 '쫓다'로 쓴다.
· 모깃불을 피워 모기를 쫓다. ·어둠 속에서 강도를 쫓다가 오인 사살하다. 더 쉽게 얘기하면 실제적인 공간 이동이 없을 때는 '좇다'로, 공간 이동이 있을 때는 '쫓다'로 써야 한다.
위 문장 중 타구의 궤적을 눈으로 '좇는' 타자는 실제 공간이동은 없이 바라만 보는 것이므로 '좇다'가 맞다.
어른이나 아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이번 주말엔 아이와 함께 야구장에 가 고함이라도 질러보는 게 어떨까.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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