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를 할 때, 말머리에 갖다 붙이는 부사가 몇 가지 있다. 이 말들은 서로 바꿔 써도 괜찮은 경우가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행여 표 떨어질라 … 눈치 행정 극심’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이 제목에서 ‘행여’에는 표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담겨 있다. 잘못 쓴 말이다. ‘행여’는 한자 다행 행(幸)에 접미사 ‘-여’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따라서 ‘다행히도, 운 좋게, 바라건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우려하고 걱정하는 말에다 기대할 때 쓰는 말을 갖다 놓았다.
그런데 이런 잘못은 많은 독자가 읽는 신문에서 머릿기사 제목으로 쓸 만큼 흔해져 버렸다. 이 기사가 눈에 띄기에 보기를 들었을 뿐이지, 이와 똑같은 잘못은 어느 신문 가릴 것 없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용도로 쓰이는 부사로는 ‘행여·행여나·혹·혹시·혹시나·혹여·혹간·설혹·만약·만약에·만일’ 따위가 있다. 이들 중에서 다른 것들은 우려하는 경우나 기대하는 경우에 공통적으로 쓸 수 있지만 ‘행여’와 ‘행여나’는 걱정·우려할 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행여 반가운 친구가 오려나 기다려진다”는 되지만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안 된다.
‘행여’를 ‘혹시’와 같은 뜻으로 풀이한 사전이 있기는 하다. 잘못된 말이지만 널리 퍼져 있으므로 그런 풀이를 넣었을 터이다. 그러나 공공성을 띤 매체라면 제대로 본디뜻을 가려서 쓰는 것이 좋겠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958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6155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1078 |
1562 | 방법론? | 윤영환 | 2008.03.11 | 7156 |
1561 | 일본식 용어 - ㅇ | 바람의종 | 2008.03.12 | 11815 |
1560 | 부름말과 지칭 | 바람의종 | 2008.03.12 | 10781 |
1559 | 일본식 용어 - ㅈ | 바람의종 | 2008.03.13 | 8620 |
1558 | 드셔 보세요 | 바람의종 | 2008.03.13 | 7521 |
1557 | 일본식 용어 - ㅊ | 바람의종 | 2008.03.14 | 9073 |
1556 | 발르세요? | 바람의종 | 2008.03.14 | 7312 |
1555 | 일본식 용어 - ㅌ ~ ㅎ : "政治는 일본식 우리식은 政事" - 김성동 / 소설가 | 바람의종 | 2008.03.15 | 13212 |
1554 |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바람의종 | 2008.03.16 | 5433 |
1553 | 저 같은 경우는? | 바람의종 | 2008.03.19 | 6170 |
1552 | 좋은 아침! | 바람의종 | 2008.03.27 | 11855 |
» | 행여 | 바람의종 | 2008.03.28 | 6957 |
1550 | 괘씸죄 | 바람의종 | 2008.03.31 | 7889 |
1549 | 로또 복권 | 바람의종 | 2008.03.31 | 8837 |
1548 | "정한수" 떠놓고… 1 | 바람의종 | 2008.04.01 | 13142 |
1547 | ‘당신의 무관심이 …’ | 바람의종 | 2008.04.02 | 6451 |
1546 | "빠르다"와 "이르다" | 바람의종 | 2008.04.02 | 8976 |
1545 | 내 탓이오 | 바람의종 | 2008.04.03 | 7297 |
1544 | 바람 | 바람의종 | 2008.04.04 | 5925 |
1543 | 다르다와 틀리다 | 바람의종 | 2008.04.04 | 6401 |
1542 | 생물·화학무기 | 바람의종 | 2008.04.05 | 10455 |
1541 | 맞춤법 비켜가기 | 바람의종 | 2008.04.06 | 88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