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8 06:03

행여

조회 수 6972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행여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를 할 때, 말머리에 갖다 붙이는 부사가 몇 가지 있다. 이 말들은 서로 바꿔 써도 괜찮은 경우가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행여 표 떨어질라 … 눈치 행정 극심’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이 제목에서 ‘행여’에는 표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담겨 있다. 잘못 쓴 말이다. ‘행여’는 한자 다행 행(幸)에 접미사 ‘-여’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따라서 ‘다행히도, 운 좋게, 바라건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우려하고 걱정하는 말에다 기대할 때 쓰는 말을 갖다 놓았다.

그런데 이런 잘못은 많은 독자가 읽는 신문에서 머릿기사 제목으로 쓸 만큼 흔해져 버렸다. 이 기사가 눈에 띄기에 보기를 들었을 뿐이지, 이와 똑같은 잘못은 어느 신문 가릴 것 없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용도로 쓰이는 부사로는 ‘행여·행여나·혹·혹시·혹시나·혹여·혹간·설혹·만약·만약에·만일’ 따위가 있다. 이들 중에서 다른 것들은 우려하는 경우나 기대하는 경우에 공통적으로 쓸 수 있지만 ‘행여’와 ‘행여나’는 걱정·우려할 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행여 반가운 친구가 오려나 기다려진다”는 되지만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안 된다.

‘행여’를 ‘혹시’와 같은 뜻으로 풀이한 사전이 있기는 하다. 잘못된 말이지만 널리 퍼져 있으므로 그런 풀이를 넣었을 터이다. 그러나 공공성을 띤 매체라면 제대로 본디뜻을 가려서 쓰는 것이 좋겠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236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872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4006
1892 맞춤법 비켜가기 바람의종 2008.04.06 8895
1891 생물·화학무기 바람의종 2008.04.05 10461
1890 다르다와 틀리다 바람의종 2008.04.04 6417
1889 바람 바람의종 2008.04.04 5936
1888 내 탓이오 바람의종 2008.04.03 7297
1887 "빠르다"와 "이르다" 바람의종 2008.04.02 8990
1886 ‘당신의 무관심이 …’ 바람의종 2008.04.02 6454
1885 "정한수" 떠놓고… 1 바람의종 2008.04.01 13169
1884 로또 복권 바람의종 2008.03.31 8837
1883 괘씸죄 바람의종 2008.03.31 7891
» 행여 바람의종 2008.03.28 6972
1881 좋은 아침! 바람의종 2008.03.27 11856
1880 저 같은 경우는? 바람의종 2008.03.19 6170
1879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3.16 5442
1878 일본식 용어 - ㅌ ~ ㅎ : "政治는 일본식 우리식은 政事" - 김성동 / 소설가 바람의종 2008.03.15 13215
1877 발르세요? 바람의종 2008.03.14 7314
1876 일본식 용어 - ㅊ 바람의종 2008.03.14 9074
1875 드셔 보세요 바람의종 2008.03.13 7521
1874 일본식 용어 - ㅈ 바람의종 2008.03.13 8620
1873 부름말과 지칭 바람의종 2008.03.12 10782
1872 일본식 용어 - ㅇ 바람의종 2008.03.12 11815
1871 방법론? 윤영환 2008.03.11 71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