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르세요?
우리말에 ‘르’ 불규칙 용언이 꽤 된다. ‘-르다’로 끝나는 말이 ‘-아/-어’로 시작되는 어미와 이어지면 ‘-아/ -어’가 ‘-라/ -러’로 바뀌는 용언을 일컫는다. 이때 어간의 끝 음절 ‘르’에서 [ㅡ]는 탈락하고 남은 [ㄹ]은 앞 글자의 받침으로 자리잡는다. 가령 ‘흐르다’에 ‘-었다’가 이어지면 ‘흐르었다’로 되고 ‘흐렀다’로 되는 것이 규칙활용이다. 그러나 정작 활용형은 ‘흘렀다’다. [ㄹ] 소리가 덧나는 것이다. 음운현상으로 설측음화다. ‘-르다’로 끝나는 용언 중에서 동사로 ‘치르다/ 따르다/ 들르다/ 이르다(着)’, 형용사로 ‘누르다(黃)/푸르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르’ 불규칙 용언이다
그런데 표준말로 규정돼 있는 서울말에서 설측음화 현상이 아무렇게나 일어나고 있다. ‘르’ 불규칙 용언이 ‘-아/-어’로 시작되지 않는 어미와 이어질 때도 [ㄹ]이 덧나는 발음을 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매우 넓고 깊이 퍼져서 전문 방송인인 아나운서들까지 이런 현상에 물든 사람이 많다.
“이 약 바르세요”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많은 이들이 “발르세요”라고 한다. ‘바르다/ 모르다/ 찌르다/ 구르다’ 들도 주의 깊게 들어보면 ‘발르다/ 몰르다/ 찔르다/ 굴르다’로 들릴 것이다. 소리뿐만 아니라 글자까지 그렇게 적는 이도 적잖다.
이런 말은 서울 사투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까닭인지 이런 잘못들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41648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7989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3198 |
1958 | 손 없는 날 | 바람의종 | 2010.07.30 | 9246 |
1957 | 속풀이 | 바람의종 | 2010.11.03 | 10415 |
1956 | 속앓이 | 바람의종 | 2009.09.26 | 11872 |
1955 | 속수무책 | 바람의종 | 2007.12.13 | 7316 |
1954 | 속도위반 딱지를 뗐다 | 바람의종 | 2009.02.12 | 9351 |
1953 |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 風文 | 2022.06.08 | 903 |
1952 | 속과 안은 다르다 / 김수업 | 바람의종 | 2007.08.31 | 8313 |
1951 | 소행·애무 | 바람의종 | 2008.05.24 | 8856 |
1950 | 소통과 삐딱함 | 風文 | 2021.10.30 | 964 |
1949 | 소태와 소도 | 바람의종 | 2008.03.27 | 7765 |
1948 | 소젖 | 바람의종 | 2008.01.22 | 6346 |
1947 | 소정 | 바람의종 | 2007.07.24 | 6239 |
1946 | 소와리골 | 바람의종 | 2008.05.06 | 7094 |
1945 | 소양강·우수주 | 바람의종 | 2008.06.08 | 7267 |
1944 | 소설속 고장말 | 바람의종 | 2007.11.01 | 9180 |
1943 | 소라색, 곤색 | 바람의종 | 2009.06.16 | 8176 |
1942 | 소라색 | 바람의종 | 2008.02.15 | 7460 |
1941 | 소담하다, 소박하다 | 바람의종 | 2012.05.03 | 13762 |
1940 | 소고기, 쇠고기 | 바람의종 | 2008.11.19 | 7190 |
1939 | 소강상태에 빠지다 | 바람의종 | 2010.05.29 | 10163 |
1938 | 셀프-서비스 | 바람의종 | 2009.06.09 | 5871 |
1937 | 센티 | 바람의종 | 2011.05.01 | 133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