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10 00:22

얼과 넋

조회 수 8544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얼과 넋

마음의 속살인 느낌·생각·뜻은 몸에서 나오지만 ‘얼’은 몸에서 말미암지 않는다. 그래서 느낄 수도 생각할 수도 없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얼이란 말을 썼으니 그게 있는 줄을 알았기 때문이다. ‘얼간이·얼뜨기·얼빙이·얼빠졌다’는 말이 있다. 얼간이는 얼이 나가버린 사람이다.(‘얼간+이’ 아닌 ‘얼+간+이’로 풀어야) 얼뜨기는 얼이 떠버린 사람, 얼빙이는 얼이 비어버린 사람이다. 얼빙이나 얼뜨기나 얼간이의 사람됨을 싸잡아 ‘얼빠졌다’ 한다. 얼이란 무엇인가? 우선 ‘알’이다. 뜻의 알, 생각의 알이고, 느낌의 알이며, 곧 마음의 알이다. 마음의 알이면 몸의 알이고 마침내 사람의 알이다. 사람의 알은 다른 온갖 알과는 아주 달라 홀소리를 바꾸어 ‘얼’이라 했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갔다’ 한다. 무엇이 돌아가는가? 몸은 주검으로 누워 있다. 느낌과 생각과 뜻인 마음은 몸에 뿌리박혔으니 주검과 떨어질 수 없다. 돌아가는 것은 다름 아닌 얼이다. 어디로 돌아가는가? 본디 왔던 거기로 돌아갈 수밖에. 그런데 몸을 떠나 돌아가는 얼은 얼이 아니다. 몸을 벗어나면 이미 무엇의 ‘알’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뀐 이름이 ‘넋’이다. 무교의 사제인 무당은 굿판에서 넋건지기·넋걷이·넋굿·넋두리·넋맞이·넋반·넋풀이 같은 말을 자주 쓴다. 산사람에게도 ‘넋 빠진 사람’, ‘넋 나간 사람’, ‘넋을 놓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검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매우 몰아치는 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64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08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052
3106 캥기다 바람의종 2011.11.21 13163
3105 캐러멜, 캬라멜 바람의종 2010.05.12 9036
3104 칼미크말 바람의종 2007.11.06 7341
3103 칼럼리스트 바람의종 2010.03.05 7469
3102 칼라, 컬러 바람의종 2009.04.09 7715
3101 카키색 바람의종 2008.10.26 9046
3100 카브라 바람의종 2009.05.12 8004
3099 카디건 바람의종 2009.02.18 6646
3098 침착하고 명확하게 바람의종 2010.07.19 9976
3097 칠흑 같다 바람의종 2007.05.25 12613
3096 칠칠한 맞춤법 바람의종 2008.04.25 7590
3095 칠칠하다 바람의종 2010.07.12 10626
3094 칠칠하다 바람의종 2007.03.29 8077
3093 칠거지선(七去之善) 바람의종 2010.03.05 9433
3092 친구이다 바람의종 2011.11.20 11747
3091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899
3090 치르다·치루다 바람의종 2010.02.12 13082
3089 치고박고 바람의종 2009.03.26 8105
3088 충분 바람의종 2008.11.26 6148
3087 충돌과 추돌 바람의종 2012.11.22 13762
3086 충돌, 추돌 바람의종 2008.11.12 7981
3085 춥다와 덥다 바람의종 2008.02.13 100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