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10 00:22

얼과 넋

조회 수 8599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얼과 넋

마음의 속살인 느낌·생각·뜻은 몸에서 나오지만 ‘얼’은 몸에서 말미암지 않는다. 그래서 느낄 수도 생각할 수도 없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얼이란 말을 썼으니 그게 있는 줄을 알았기 때문이다. ‘얼간이·얼뜨기·얼빙이·얼빠졌다’는 말이 있다. 얼간이는 얼이 나가버린 사람이다.(‘얼간+이’ 아닌 ‘얼+간+이’로 풀어야) 얼뜨기는 얼이 떠버린 사람, 얼빙이는 얼이 비어버린 사람이다. 얼빙이나 얼뜨기나 얼간이의 사람됨을 싸잡아 ‘얼빠졌다’ 한다. 얼이란 무엇인가? 우선 ‘알’이다. 뜻의 알, 생각의 알이고, 느낌의 알이며, 곧 마음의 알이다. 마음의 알이면 몸의 알이고 마침내 사람의 알이다. 사람의 알은 다른 온갖 알과는 아주 달라 홀소리를 바꾸어 ‘얼’이라 했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갔다’ 한다. 무엇이 돌아가는가? 몸은 주검으로 누워 있다. 느낌과 생각과 뜻인 마음은 몸에 뿌리박혔으니 주검과 떨어질 수 없다. 돌아가는 것은 다름 아닌 얼이다. 어디로 돌아가는가? 본디 왔던 거기로 돌아갈 수밖에. 그런데 몸을 떠나 돌아가는 얼은 얼이 아니다. 몸을 벗어나면 이미 무엇의 ‘알’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뀐 이름이 ‘넋’이다. 무교의 사제인 무당은 굿판에서 넋건지기·넋걷이·넋굿·넋두리·넋맞이·넋반·넋풀이 같은 말을 자주 쓴다. 산사람에게도 ‘넋 빠진 사람’, ‘넋 나간 사람’, ‘넋을 놓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검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매우 몰아치는 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61487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8057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22966
    read more
  4. 효시

    Date2007.10.08 By바람의종 Views13664
    Read More
  5. 떼부자

    Date2007.10.08 By바람의종 Views11901
    Read More
  6. 휘하

    Date2007.10.09 By바람의종 Views13605
    Read More
  7. 단소리/쓴소리

    Date2007.10.09 By바람의종 Views11782
    Read More
  8. 휴거

    Date2007.10.10 By바람의종 Views15413
    Read More
  9. 얼과 넋

    Date2007.10.10 By바람의종 Views8599
    Read More
  10. 희망

    Date2007.10.11 By바람의종 Views11309
    Read More
  11. ‘부럽다’의 방언형

    Date2007.10.11 By바람의종 Views9551
    Read More
  12. 감안하다

    Date2007.10.12 By바람의종 Views15325
    Read More
  13. 새말 만들기

    Date2007.10.12 By바람의종 Views7853
    Read More
  14. (공장)부지

    Date2007.10.13 By바람의종 Views7803
    Read More
  15. ‘우거지붙이’ 말

    Date2007.10.13 By바람의종 Views10798
    Read More
  16. 기라성

    Date2007.10.14 By바람의종 Views7637
    Read More
  17. 쉬다와 놀다

    Date2007.10.14 By바람의종 Views10437
    Read More
  18. 납득하다

    Date2007.10.16 By바람의종 Views9359
    Read More
  19. 방언은 모국어다

    Date2007.10.16 By바람의종 Views9017
    Read More
  20. 단수 정리

    Date2007.10.17 By바람의종 Views16361
    Read More
  21. 청소년의 새말

    Date2007.10.17 By바람의종 Views11377
    Read More
  22. 대합실

    Date2007.10.18 By바람의종 Views8915
    Read More
  23. 우리

    Date2007.10.18 By바람의종 Views9211
    Read More
  24. 수순

    Date2007.10.19 By바람의종 Views10399
    Read More
  25. 분루

    Date2007.10.19 By바람의종 Views1125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