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과 넋
마음의 속살인 느낌·생각·뜻은 몸에서 나오지만 ‘얼’은 몸에서 말미암지 않는다. 그래서 느낄 수도 생각할 수도 없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얼이란 말을 썼으니 그게 있는 줄을 알았기 때문이다. ‘얼간이·얼뜨기·얼빙이·얼빠졌다’는 말이 있다. 얼간이는 얼이 나가버린 사람이다.(‘얼간+이’ 아닌 ‘얼+간+이’로 풀어야) 얼뜨기는 얼이 떠버린 사람, 얼빙이는 얼이 비어버린 사람이다. 얼빙이나 얼뜨기나 얼간이의 사람됨을 싸잡아 ‘얼빠졌다’ 한다. 얼이란 무엇인가? 우선 ‘알’이다. 뜻의 알, 생각의 알이고, 느낌의 알이며, 곧 마음의 알이다. 마음의 알이면 몸의 알이고 마침내 사람의 알이다. 사람의 알은 다른 온갖 알과는 아주 달라 홀소리를 바꾸어 ‘얼’이라 했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갔다’ 한다. 무엇이 돌아가는가? 몸은 주검으로 누워 있다. 느낌과 생각과 뜻인 마음은 몸에 뿌리박혔으니 주검과 떨어질 수 없다. 돌아가는 것은 다름 아닌 얼이다. 어디로 돌아가는가? 본디 왔던 거기로 돌아갈 수밖에. 그런데 몸을 떠나 돌아가는 얼은 얼이 아니다. 몸을 벗어나면 이미 무엇의 ‘알’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뀐 이름이 ‘넋’이다. 무교의 사제인 무당은 굿판에서 넋건지기·넋걷이·넋굿·넋두리·넋맞이·넋반·넋풀이 같은 말을 자주 쓴다. 산사람에게도 ‘넋 빠진 사람’, ‘넋 나간 사람’, ‘넋을 놓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검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매우 몰아치는 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6055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2625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7567 |
3106 | 개헌을 한다면 | 風文 | 2021.10.31 | 1267 |
3105 | 소통과 삐딱함 | 風文 | 2021.10.30 | 1284 |
3104 | 말의 미혹 | 風文 | 2021.10.30 | 1382 |
3103 | 난민과 탈북자 | 風文 | 2021.10.28 | 1351 |
3102 | 언어와 인권 | 風文 | 2021.10.28 | 1252 |
3101 | 세로드립 | 風文 | 2021.10.15 | 1502 |
3100 | ‘선진화’의 길 | 風文 | 2021.10.15 | 1387 |
3099 | 언어의 혁신 | 風文 | 2021.10.14 | 1249 |
3098 | 재판받는 한글 | 風文 | 2021.10.14 | 1005 |
3097 | 말의 권모술수 | 風文 | 2021.10.13 | 815 |
3096 | 고령화와 언어 | 風文 | 2021.10.13 | 963 |
3095 | 어버이들 | 風文 | 2021.10.10 | 945 |
3094 | 상투적인 반성 | 風文 | 2021.10.10 | 946 |
3093 | 정치인들의 말 | 風文 | 2021.10.08 | 899 |
3092 | 공공 재산, 전화 | 風文 | 2021.10.08 | 887 |
3091 | 편견의 어휘 | 風文 | 2021.09.15 | 1191 |
3090 | 비판과 막말 | 風文 | 2021.09.15 | 1124 |
3089 | 군인의 말투 | 風文 | 2021.09.14 | 892 |
3088 | 무제한 발언권 | 風文 | 2021.09.14 | 840 |
3087 | 언어적 주도력 | 風文 | 2021.09.13 | 856 |
3086 | 악담의 악순환 | 風文 | 2021.09.13 | 994 |
3085 | 법률과 애국 | 風文 | 2021.09.10 | 8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