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04.28 15:40

가능·가성능/최인호

조회 수 8414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능·가성능/최인호 
  
 
아직도 외자로 된 ‘가’(可)가 쓰이기도 하고, ‘가하다, 불가하다’처럼 가지친 말도 적잖다. ‘가능·가능성’은 다듬은말로 ‘할수·될수, 할성·될성’이 나오지만 아쉽게도 잘 쓰이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크다/작다 많다/적다 높다/낮다’는 크기·분량·부피·비율에 따라 적절한 말을 골라 쓴다. 저마다 뜻과 쓰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서 말을 배우는 시기에도 잘 구별해 쓴다. 그런데도 요즘 들어 ‘크다/많다/높다’의 구분이 흐릿해져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성질’을 나타내는 한자말 ‘성’(性)이 들어가는 말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가능성’이 ‘많은’ 것이나 ‘높은’ 것을 가리지 않고 ‘크다’를 쓰는 이가 많고, 신문·방송 기사에서 특히 자주 보인다. 이는 제목 따위에서 크든 높든 많든 외자 ‘커’로 줄여 써 뭉개는 것과 다른 다른 문제다. ‘-성’자 돌림은 대체로 ‘많다·높다’가 어울린다.



‘가능하다’로 비롯된 쓰임에서 탈을 만드는 보기가 하나 있다.


갈수록 격식을 따지고 조건을 내거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말이 세련되어 간다(깍쟁이말투)는 징표일까? 그냥 ‘가겠다’면 될 것을 “가능한 한 가도록 노력하겠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가겠다 …” 식도 그런 말투다.



문제는 ‘가능한 한, 허락하는 한’처럼 말을 한정하는 ‘한’(限)을 제대로 갖추어 쓰는 이가 드물다는 점이다. ‘가능한’이 매김말이어서 뒤에 이름씨가 와야 한다는 문법의식이 철저하지 못한 이들이 많은데다 자주 쓰이는 말도 아니어서 잘못을 마냥 탓할 일도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말을 다듬어 쓰는 데 게으르다는 반성이 나온다. 대체로 ‘가능한 한, 허락하는 한’은 ‘되도록, 될수록, 되도록이면, 될수록이면, 가능하면, 허락하면 …’으로 바꿔쓰면 탈을 벗어날 수 있다. ‘가능성’은 ‘될성·할성·이룰성’으로 바꿔쓸 수 있다. 이때 ‘성’은 ‘性’도 좋고, ‘될성부른, ~할 성싶다’의 ‘성’이어도 좋다. 이 밖에 ‘가능성’이라면 문장에 따라 ‘여지·소지·실현성·있음직한’ 등 다른 말로 다양하게 바꿔 쓸 수도 있다.



‘가능·가능성’을 지나치게 많이 쓰게 된 데는 일본식 조어와 번역투 영향이 적지 않다. 일부 영어(can, as ~as can, possible, possibility, practicable, feasible, chance, likelihood …) 들이 들어간 말을 ‘가능한, 가능성’으로 뒤쳐 써버릇한 결과임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57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13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050
1804 가댔수? 바람의종 2009.06.29 6743
1803 가엾은/가여운, 서럽다/서러운, 여쭙다/여쭈다 바람의종 2009.06.29 11580
1802 추켜세우다, 치켜세우다 바람의종 2009.06.29 10133
1801 난이도, 난도 바람의종 2009.06.29 11916
1800 몰로이 바람의종 2009.06.30 9281
1799 사파리 바람의종 2009.06.30 6622
1798 바라+겠 바람의종 2009.06.30 6328
1797 휫바람, 휘바람, 휘파람 바람의종 2009.06.30 15247
1796 이따가, 있다가 바람의종 2009.06.30 7866
1795 솔새 바람의종 2009.07.06 7062
1794 여성 바람의종 2009.07.06 5956
1793 선팅, 로터리 바람의종 2009.07.06 7096
1792 잔불 바람의종 2009.07.06 7682
1791 설레이다, 설레다 바람의종 2009.07.06 8920
1790 가드랬수 바람의종 2009.07.07 6269
1789 송고리 바람의종 2009.07.07 7333
1788 아지랑이, 아지랭이 바람의종 2009.07.07 10573
1787 나의 살던 고향은 바람의종 2009.07.07 8866
1786 내일 뵈요. 바람의종 2009.07.07 8896
1785 오부리 바람의종 2009.07.08 9202
1784 굴뚝새 바람의종 2009.07.08 6062
1783 이제서야, 그제서야 바람의종 2009.07.08 91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