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04.25 17:16

관해/대하여/최인호

조회 수 6033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관해/대하여/최인호 
  
‘-에 관(關)해, -에 대(對)하여’ 따위가 들어가지 않으면 말글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세기 이전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 후반 들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연유를 대충 알조다. 말이 안 되는 지경이란, 그만큼 많이 쓰기도 하고, 이를 쓴 문장을 손질할 때 피를 봐야 할 정도로 들러붙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들어가 말을 어지럽히고 군더더기를 만드는데도 아무데나 쓸데없이 많이 쓰는 게 문제다. 이 두 가지는 뜻차이 없이 서로 넘나들며 쓴다.


이 말이 많이 쓰이게 된 연유는 두어 가지다. 먼저 일본말(-に 關して, -に 對して) 영향이다. 특히 일제 행정·법률 문서를 그대로 베껴 쓰면서 쉬를 슬기 시작했다. 여기에 광복 뒤 줄곧 영어 영향이 더한다. 곧 갖가지 꼴의 영어(for, as regards, as to, as for, in regard to(of), with regard to, in respect of, with respect to, as respects, about, concerning, regarding …)를 마냥 ‘-에 관해, -에 대해, -에 관해서는, -에 대해서는” 따위로 가르쳐 버릇하고 배우며, 이를 번역문 아닌 보통 말글에서도 써댄 결과다. 요즘은 ‘-에 관한’보다 ‘-에 대한’ 쪽이 더 잦은 편이다.


예컨대 “다음 물음에 관해 답하시오. 평화에 대해 갈망하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누구누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다”가 아니라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평화를 갈망하다, 원-달러 환율, 누구누구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다”면 될 터이다.




△이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 이 물건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이 이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할말이 없다 → 이 이슈를 두고는 아무 할말이 없다 △무엇에 대해 알고 싶은가 → 무엇을 알고싶은가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미사일방어 계획에 대한 태도에 대해선 ~ → 미사일 방어계획을 다루는 아시아 다른 나라 쪽 태도 분석에서 △하원 인권 코커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 하원 인권위원회를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최근 들어 많이 다루는 주제는 북한 난민들에 관한 것입니다 → ~ 북한난민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 이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하여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주제로 토론하겠습니다


문장을 손질할 때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상당수 군더더기들을 털어낼 수 있다. 최선은 글을 쓸 때부터 아예 이런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696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44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496
136 할 일 없이 / 하릴없이 바람의종 2010.08.03 12832
135 할려고? 하려고? 바람의종 2010.07.25 14371
134 할말과 못할말 바람의종 2008.01.05 7465
133 할망구 바람의종 2007.04.24 11162
132 할미새 바람의종 2009.12.04 9958
131 할증료 바람의종 2007.10.26 7499
130 함께하다/ 함께 하다, 대신하다/ 대신 하다 바람의종 2009.03.29 14420
129 함바집, 노가다 바람의종 2012.11.28 29224
128 함함하다 바람의종 2012.05.18 11200
127 함흥차사 바람의종 2007.12.24 11868
126 합사, 분사 바람의종 2010.07.25 11984
125 합쇼체 바람의종 2010.03.18 12140
124 합하 바람의종 2007.09.20 8272
123 핫도그와 불독 바람의종 2008.09.18 8899
122 핫바지 바람의종 2007.04.24 8211
121 핫어미와 핫아비 바람의종 2010.01.23 11678
120 해거름, 고샅 바람의종 2008.10.11 7904
119 해라體와 하라體 바람의종 2008.05.12 6786
118 해설피 바람의종 2010.05.31 14727
117 해오라기 바람의종 2009.05.17 8399
116 해오라기난초 바람의종 2008.04.05 8281
115 해장 바람의종 2012.07.23 133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