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04.25 17:16

관해/대하여/최인호

조회 수 6183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관해/대하여/최인호 
  
‘-에 관(關)해, -에 대(對)하여’ 따위가 들어가지 않으면 말글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세기 이전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 후반 들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연유를 대충 알조다. 말이 안 되는 지경이란, 그만큼 많이 쓰기도 하고, 이를 쓴 문장을 손질할 때 피를 봐야 할 정도로 들러붙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들어가 말을 어지럽히고 군더더기를 만드는데도 아무데나 쓸데없이 많이 쓰는 게 문제다. 이 두 가지는 뜻차이 없이 서로 넘나들며 쓴다.


이 말이 많이 쓰이게 된 연유는 두어 가지다. 먼저 일본말(-に 關して, -に 對して) 영향이다. 특히 일제 행정·법률 문서를 그대로 베껴 쓰면서 쉬를 슬기 시작했다. 여기에 광복 뒤 줄곧 영어 영향이 더한다. 곧 갖가지 꼴의 영어(for, as regards, as to, as for, in regard to(of), with regard to, in respect of, with respect to, as respects, about, concerning, regarding …)를 마냥 ‘-에 관해, -에 대해, -에 관해서는, -에 대해서는” 따위로 가르쳐 버릇하고 배우며, 이를 번역문 아닌 보통 말글에서도 써댄 결과다. 요즘은 ‘-에 관한’보다 ‘-에 대한’ 쪽이 더 잦은 편이다.


예컨대 “다음 물음에 관해 답하시오. 평화에 대해 갈망하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누구누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다”가 아니라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평화를 갈망하다, 원-달러 환율, 누구누구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다”면 될 터이다.




△이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 이 물건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이 이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할말이 없다 → 이 이슈를 두고는 아무 할말이 없다 △무엇에 대해 알고 싶은가 → 무엇을 알고싶은가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미사일방어 계획에 대한 태도에 대해선 ~ → 미사일 방어계획을 다루는 아시아 다른 나라 쪽 태도 분석에서 △하원 인권 코커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 하원 인권위원회를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최근 들어 많이 다루는 주제는 북한 난민들에 관한 것입니다 → ~ 북한난민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 이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하여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주제로 토론하겠습니다


문장을 손질할 때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상당수 군더더기들을 털어낼 수 있다. 최선은 글을 쓸 때부터 아예 이런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4536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583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7Jul
    by 風文
    2022/07/27 by 風文
    Views 1536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5. No Image 10Nov
    by 바람의종
    2011/11/10 by 바람의종
    Views 10992 

    공공칠

  6. No Image 03Sep
    by 바람의종
    2010/09/03 by 바람의종
    Views 8281 

    공권력

  7. No Image 22Jul
    by 바람의종
    2009/07/22 by 바람의종
    Views 8343 

    공멸

  8. No Image 28Jun
    by 바람의종
    2008/06/28 by 바람의종
    Views 5882 

    공목달·웅섬산

  9. No Image 03Jun
    by 바람의종
    2007/06/03 by 바람의종
    Views 7277 

    공부

  10. No Image 27Apr
    by 바람의종
    2008/04/27 by 바람의종
    Views 7860 

    공암진

  11. No Image 30Mar
    by 바람의종
    2009/03/30 by 바람의종
    Views 5738 

    공작

  12. No Image 01Dec
    by 風文
    2021/12/01 by 風文
    Views 1694 

    공적인 말하기

  13. No Image 16Jun
    by 바람의종
    2009/06/16 by 바람의종
    Views 5781 

    공쿠르, 콩쿠르

  14. No Image 11Jan
    by 風文
    2022/01/11 by 風文
    Views 1905 

    공화 정신

  15.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11/01/30 by 바람의종
    Views 12578 

    곶감, 꽃감, 꽂감

  16. No Image 27Aug
    by 바람의종
    2010/08/27 by 바람의종
    Views 8610 

    과 / 와

  17. No Image 14Jan
    by 바람의종
    2008/01/14 by 바람의종
    Views 8271 

    과거시제

  18. No Image 09May
    by 바람의종
    2009/05/09 by 바람의종
    Views 12249 

    과녁, 이녁, 새벽녘, 저물녘

  19. No Image 02May
    by 바람의종
    2012/05/02 by 바람의종
    Views 9387 

    과다경쟁

  20. No Image 08Nov
    by 바람의종
    2007/11/08 by 바람의종
    Views 7152 

    과대포장

  21. No Image 24Mar
    by 바람의종
    2009/03/24 by 바람의종
    Views 8339 

    과반수

  22. No Image 27Aug
    by 바람의종
    2008/08/27 by 바람의종
    Views 6253 

    과반수 이상

  23. No Image 21Aug
    by 바람의종
    2012/08/21 by 바람의종
    Views 8990 

    과욋돈

  24.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1591 

    과잉 수정

  25. No Image 14Dec
    by 바람의종
    2011/12/14 by 바람의종
    Views 10505 

    과중, 가중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