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04.25 17:13

불구하고?/최인호

조회 수 10533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불구하고?/최인호 
  
 
말을 이어갈 때는 이음씨끝을 붙여 이음마디를 만들고서 뒷마디를 따라붙이는 게 보통 방식이다. 이음씨끝 가운데 ‘-지만·-언만, -은데도/-는데도/-ㅁ에도, -으나, -기로, -거늘 …’ 들은 앞마디에서 어떤 조건을 들추고 그것이 마땅히 사실로 인정되는데도 뒷마디에서는 이를 뒤집고 다른 사실을 들추는 구실을 한다. 입말에서는 물이 덜 들었으나, 연설문·신문글을 비롯한 실용글에서는 군더더기를 끼워 호흡과 말의 자릿수를 늘리는 현상이 뚜렷하다.
뜻을 드세게 하고자 ‘간에·불구하고’를 넣어 쓰는 현상이 그렇다. 주로 ‘-에도 불구하고, -ㄴ데도 불구하고’ 따위로만 쓰이는데, 전날에는 ‘물구(勿拘)하고’도 썼으나 이는 앞에 목적어를 둔 쓰임이었다.(부인 동포들은 다소를 물구하고 혈심의연하와 …)


예삿소리 대신 된소리·거센소리가 들어가 쓰이는 경우, ‘대다·먹다·제끼다·젖히다’ 따위 도움풀이씨, 뒤집는 구실을 하는 이음씨끝들을 힘줌말로 본다. 아울러 ‘-에도 불구하고’처럼 쓰는 이은말들도 힘줌말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자릿수만 늘릴 뿐 강조나 호흡조절 효과를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불구(不拘)하고’를 놓을 자리는 ‘돌보지 않고, 매이지 않고’처럼 타동사로 쓰일 때이다.(염치를 불구하고, 교사 신분임을 불구하고 …)


오늘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 따위가 두드러지게 쓰이는 까닭은 일본말 영향에 더하여 영어(in spite of, for all, though, although, despite of, disregarding, nomatter, for all that, with all, never the less, none the less) 이은말·낱말이 든 문장을 상투적으로 ‘-에도 불구하고’로 박아 써 버릇한 탓으로 본다. 많이 굳어진 까닭에 쓰지 않으면 허전한 지경에 이르렀으나 마땅히 적절한 이음씨끝으로 써야 말이 가지런해지고 품위가 선다는 말이 나온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는 여전히 정체돼 있다 → 수출은 잘되지만 ~. △정부의 강력한 보급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 정부에서 보급 확대 정책을 강력히 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안 맞고, 자기 중심적이다 → 그런데도 사람들은 ~. △국제 팔라듐 가격이 기록적인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팔라듐 생산을 증산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팔라듐값이 기록적인 상승폭을 보이는데도 러시아는 ~.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23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84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762
2402 관형사 바람의종 2010.02.09 10468
2401 패수와 열수 바람의종 2008.04.29 10465
2400 떼어논 당상 바람의종 2008.01.04 10463
2399 조개껍질 바람의종 2010.07.23 10461
2398 와중 바람의종 2010.11.05 10456
2397 속풀이 바람의종 2010.11.03 10453
2396 중국의 언어 바람의종 2008.02.24 10452
2395 지천에 폈다 바람의종 2011.11.16 10451
2394 -가량(假量) 바람의종 2010.06.20 10450
2393 냄새, 내음 바람의종 2010.08.25 10447
2392 고닥, 고당, 곰만, 금상, 금매 file 바람의종 2010.03.05 10446
2391 영락없다 바람의종 2007.05.18 10444
2390 기우 바람의종 2007.06.08 10443
2389 쌍벽 바람의종 2010.08.17 10433
2388 조강지처 바람의종 2007.12.21 10433
2387 이제나저제나 바람의종 2010.03.10 10433
2386 한뫼-노고산 바람의종 2008.01.30 10432
2385 거시기 바람의종 2011.11.14 10428
2384 차별하는 말 미망인 1 바람의종 2009.11.29 10424
2383 사촌 바람의종 2008.01.24 10422
2382 꾀하다, 꽤, 꿰고 바람의종 2009.03.31 10418
2381 가능한 / 가능한 한 바람의종 2012.07.16 104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