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02.05 10:06

조개

조회 수 1976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조개

뜬금없는 조개 타령을 하려 한다. 엊그제 지인 생일상에 오른 굴찜과 여흥 시간에 부른 노래 ‘조개껍질 묶어’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산 피조개 양식 첫 성공’(ㅍ경제신문), ‘새조개 채취권 놓고 바닷속에 철조망까지-목숨 건 다툼’(ㅇ신문) 기사가 겹쳐 떠오른 탓이다. 겨울이 제철이기도 한 조개의 백과사전 풀이는 다음과 같다. “두 장의 판판한 껍데기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 연체동물이다. 껍데기는 ‘접번’에 의해 맞물려 있으며, 수축성이 있는 관자가 붙어 있어 껍데기를 열고 닫는다. 껍데기 안쪽엔 ‘외투막’이 있고 칼슘을 지닌 액체를 내어 껍데기를 만든다. ‘부족’(斧足)으로 땅을 파고들어가거나 기어다닌다. 민물, 바닷물 등 물속 생태계에서는 어디에나 분포하며 ‘조간대’에서 수심 1만m까지 서식한다.(위키백과)

‘접번’은 경첩이나 이음매, 관절을 뜻하는 일본어 ‘조쓰가이’(ちょうつがい, 蝶番)를 걸러내지 않고 옮긴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는 표현이다. ‘부족’은 ‘부족류’와 ‘부족강’ 따위의 형태로 뜻풀이에서만 등장한다. 국어사전으로는 ‘접번’이나 ‘도끼(斧)처럼 생긴 발(足)’인 ‘부족’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모름지기 사전이란 ‘외투막: (외투처럼) 연체동물의 몸을 싼 막’, ‘조간대: 밀물이 가장 높은 해면까지 꽉 차게 들어오는 때(만조)와 썰물 때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때(간조) 해안선 사이의 부분’처럼 답을 주어야 한다.

사전 속 조개를 훑어보니 재미난 것도 있었다. 나비, 새, 앵무, 말, 개처럼 동물 이름이 붙은 게 있는가 하면 명주, 모시, 무명처럼 피륙의 옷을 입은 것도 있다. 콩이나 떡처럼 맛깔난 앞가지로 모자라 아예 ‘맛’을 머리에 얹고 있는 녀석도 빠지지 않는다. 국화, 네모소쿠리, 딱지, 진주같이 옛 삶을 떠올리게 하는 것에서 혈소판 때문에 핏빛 비치는 피조개까지 하나하나 생김과 쓰임이 생생하게 살아오는 살가운 이름들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0930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245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08/01/28 by 바람의종
    Views 20694 

    자웅을 겨루다

  5. No Image 16Aug
    by 바람의종
    2012/08/16 by 바람의종
    Views 20645 

    들어눕다 / 드러눕다, 들어내다 / 드러내다

  6. No Image 18Mar
    by 윤안젤로
    2013/03/18 by 윤안젤로
    Views 20619 

    잔떨림

  7. No Image 19Jan
    by 바람의종
    2012/01/19 by 바람의종
    Views 20422 

    찰라, 찰나, 억겁

  8. 외래어 합성어 적기

  9. No Image 18Sep
    by 風磬
    2006/09/18 by 風磬
    Views 20319 

    고수레

  10. No Image 07Jun
    by 바람의종
    2008/06/07 by 바람의종
    Views 20315 

    뒤처리 / 뒷처리

  11. No Image 11Aug
    by 바람의종
    2010/08/11 by 바람의종
    Views 20279 

    옴쭉달싹, 옴짝달싹, 꼼짝달싹, 움쭉달싹

  12. No Image 30Dec
    by 바람의종
    2011/12/30 by 바람의종
    Views 20178 

    가늠하다, 가름하다, 갈음하다

  13.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20156 

    회가 동하다

  14. No Image 21Jan
    by 바람의종
    2013/01/21 by 바람의종
    Views 20004 

    어떠태?

  15. No Image 12Jan
    by 바람의종
    2008/01/12 by 바람의종
    Views 19979 

    배알이 꼬인다

  16. No Image 09Sep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960 

    요, 오

  17. No Image 27Aug
    by 바람의종
    2009/08/27 by 바람의종
    Views 19898 

    역할 / 역활

  18. No Image 21Jul
    by 바람의종
    2010/07/21 by 바람의종
    Views 19825 

    진무르다, 짓무르다

  19. No Image 05Feb
    by 바람의종
    2013/02/05 by 바람의종
    Views 19762 

    조개

  20. No Image 27Mar
    by 윤안젤로
    2013/03/27 by 윤안젤로
    Views 19756 

    봄날은 온다

  21. No Image 02Jul
    by 바람의종
    2012/07/02 by 바람의종
    Views 19731 

    베짱이, 배짱이 / 째째하다, 쩨제하다

  22. No Image 09Sep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684 

    에요, 예요

  23. No Image 28Mar
    by 윤안젤로
    2013/03/28 by 윤안젤로
    Views 19653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24. No Image 29Dec
    by 바람의종
    2007/12/29 by 바람의종
    Views 19630 

    기가 막히다

  25. No Image 12Mar
    by 바람의종
    2010/03/12 by 바람의종
    Views 19543 

    매기다와 메기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