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12.21 15:16

통음

조회 수 21342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통음

“주정꾼을 가리켜 후(酗, 주정하다)라 한 것은 그 흉덕을 경계함이요, 술그릇에 주(舟, 배)가 있는 것은 배가 엎어지듯 술에 빠질 것을 경계함이지요. 배(盃, 잔)는 풀이하면 ‘불명’(不皿, 가득 채우지 말라)이 되고, 창(戈) 두 개가 그릇(皿) 위에 있는 잔(盞)은 ‘서로 다툼을 경계’한 것이고… ‘술 유’(酉) 부에 졸(卒, 죽다)의 뜻을 취하면 취(醉) 자가 되고 생(生, 살다)이 붙으면 술 깰 성(醒) 자가 되지요.” 다산 정약용이 간밤의 통음했던 자리를 떠올리며 영재 유득공에게 보낸 답장 중에 나오는 말이다. 말년에는 차를 즐겼던 다산이지만 젊었을 때는 작취미성(어제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아니함)의 날이 없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밤중에 책상치고 벌떡 일어나(中夜拍案起, 중야박안기) /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쳐다보네(歎息瞻高穹, 탄식첨고궁) / … /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오르니(念腸內沸, 부념장내비) / 술이나 진탕 마시고 무심으로 돌아가 볼까(痛飮求反眞, 통음구반진) / … /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深念焦肺肝, 심념초폐간) /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且飮杯中, 차음배중록)….

다산이 43살 때 쓴 212행의 한시 ‘하일대주’(夏日對酒, 여름날 술을 앞에 놓고)의 한 대목이다.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에 밀려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이 통음했던 까닭은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펴기 어려웠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통음(通音)을 위한 통음(痛飮)이기도 했을 것이고.

통음(痛飮)의 뜻은 ‘술을 매우 많이 마심’이고 통음(通音)은 ‘소식이나 편지 따위를 주고받음’이다.(표준국어대사전) ‘음’(音)에는 ‘말, 언어’의 뜻이 있으니 통음(通音)의 한자 뜻을 새겨 넓게 해석하면 ‘말이나 뜻이 통함’이기도 하다. 통음은 곧 ‘소통’인 것이다. 이런 뜻으로, 이번에 뽑힌 새 대통령은 국민을 통음(痛飮)하게 하지 않는 ‘통음(通音)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21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83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743
2116 구비구비, 메꾸다 바람의종 2008.11.24 9546
2115 세대주 바람의종 2008.11.23 6280
2114 한나절, 반나절, 한겻 바람의종 2008.11.23 10069
2113 넙적하게, 넓다란, 넓치, 넓죽 바람의종 2008.11.23 10139
2112 평가하다, 때문에 바람의종 2008.11.21 7664
2111 왕따, 가마리 바람의종 2008.11.21 6432
2110 ~로부터 바람의종 2008.11.21 6693
2109 고개를 떨구다 바람의종 2008.11.20 12322
2108 오랫만, 오랜만 바람의종 2008.11.20 14818
2107 젠 스타일 바람의종 2008.11.20 7486
2106 어거지, 억지 바람의종 2008.11.19 6635
2105 핸드폰, 휴대전화 바람의종 2008.11.19 6824
2104 소고기, 쇠고기 바람의종 2008.11.19 7236
2103 니가, 지가 바람의종 2008.11.18 5328
2102 성은, 승은, 사약 바람의종 2008.11.18 7367
2101 외곬, 외골수 바람의종 2008.11.18 7802
2100 먹거리,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11.16 6065
2099 갈매기살, 제비추리, 토시살 바람의종 2008.11.16 8729
2098 시간, 시각 바람의종 2008.11.16 6541
2097 벗어지다, 벗겨지다 바람의종 2008.11.15 8076
2096 자문 바람의종 2008.11.15 5217
2095 가능한, 가능한 한 바람의종 2008.11.15 76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