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다 , 찰지다
이틀 새 불어닥친 태풍 탓에 농산물 피해가 커졌다. 상추 등의 푸성귀는 앞선 가뭄·폭염의 영향이 겹쳐 값이 폭등해 ‘금추’라 이를 정도이다. 나라밖 사정도 심상찮다. 미국의 기상이변으로 옥수수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어 식량난 우려가 크다고 한다. 옥수수 수확이 줄면 고기 가격이 따라 오른다. 여물 아닌 사료를 먹이는 가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든 옥수수가 사료나 가공식품용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길러 먹는 옥수수는 대개 ‘삶은 옥수수’로 우리 입맛을 돋워준다.
옥수수는 강냉이라고도 한다. 옥수수는 ‘구슬같이 노란 수수’라는 뜻이다.(위키백과) 강냉이는 중국 양쯔강 이남에서 전래했기에 ‘강남에서 들어온 것’이 변한 것이라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옥시기(경기), 옥수끼(경상), 옥수꾸(경상·충청), 옥덱기(강원), 개수끼(함경) 따위의 방언으로도 통하는 옥수수는 전분 함량에 따라 찰옥수수·메옥수수로도 나뉘는데 사전을 보니 뜻풀이가 쫀쫀하다. ‘찰옥수수: 차진 옥수수. 메옥수수: 메진 옥수수.’(우리말큰사전) ‘차지다’는 ‘반죽이나 밥, 떡 같은 것이 쩍쩍 붙도록 끈기가 있다’이고, ‘메지다’는 이와 반대 성질인 ‘끈기가 적다’이니 매우 간결한 설명인 셈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강원도에서 나온 찰옥수수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초록 입술에 보랏빛 덧니 찰지다, 너~’. 오사리(옥수수 이삭을 싸고 있는 껍질)에 감춰진 보라색 알갱이를 입술과 덧니로 멋들어지게 묘사한 표현이지만 ‘찰지다’에서 덜컹댔다. 으뜸꼴 ‘차지다’는 ‘차진 흙/ 인절미가 퍽 차지다/ 반죽이 너무 차져서 떡 빚기가 힘들다/ 차진 밥을 좋아한다/ 부드럽고 차진 수토(水土)의 감촉이 손바닥을 간질여 준다…’처럼 끝바꿈해야 차진(성질이 야무지고 까다로우며 빈틈이 없다) 쓰임이 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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