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8.13 11:22

아언각비

조회 수 11433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언각비

한숨 몰아쉬기 쉽지 않을 만큼 더운 날이 이어진다.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 첫 촬영 날도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였다. 한여름 사내방송으로 시작해 그해 말 시청자를 만나기 시작한 ‘우리말 나들이’가 올해로 15돌을 맞는다. 방송 프로그램 이전에도 ‘우리말 나들이’는 있었다. 1992년 10월 한글날에 즈음해 16절 갱지에 찍어낸 사내 유인물 ‘우리말 나들이’이다. 종이 규격을 A4, B4로 따지기 전이니 꽤나 오랜 옛일 같지만 기껏해야 20년 전 일이다.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의 기획 의도는 ‘틀린 우리말을 바로잡아 제 뜻 살려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약 200년 전 조선에도 ‘우리말 나들이’가 있었다. 제목의 뜻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말로 이치에 맞지 않는 잘못된 말을 깨닫는다’인 <아언각비>(雅言覺非)가 그것이다. 이 책은 ‘조선 정조 때 정약용이 지은 어원 연구서로 당시 널리 쓰이고 있는 말과 글 가운데 잘못 쓰이거나 어원이 불확실한 것을 골라 고증을 통해 뜻, 어원, 쓰임새 등을 설명한 책’(다음국어사전)으로 말의 어원과 변천도 밝혀 놓았다. 이 책을 뜯어보며 무릎을 친 항목은 이런 것들이다. ‘족(足)은 발이라 말하는데, 사람과 소가 같지 않다’(사람의 것은 발, 소의 것은 족), ‘우리나라 말을 살펴보면 밀(蜜, 꿀)을 약(藥)이라 이른다. 그래서 밀과(蜜果)를 약과(藥果)라고 한다’. 이처럼 사람의 발을 ‘족’이라 하면 그를 낮잡아 대하는 것이 되고, 약과에는 ‘약’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시원하게 밝혀주고 있다.

유배가 끝난 뒤 늘그막에 접어든 정약용이 <아언각비>를 펴낸 이유는 책 서문에 잘 드러난다. ‘배움이란 깨닫는 것이고, 잘못된 점을 깨닫는 것은 정확하고 합리적인 말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배움의 기본은 말뜻 제대로 밝혀 쓰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가르침이다. 오늘은 음력 6월16일, 정약용의 탄생일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40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90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827
2754 깍두기, 짠지, 섞박지 바람의종 2009.11.10 11473
2753 비속어 바람의종 2012.03.05 11470
2752 호두까기 인형 바람의종 2010.05.29 11464
2751 외래어의 된소리 표기 바람의종 2012.05.11 11462
2750 처음처럼 바람의종 2010.11.01 11461
2749 제왕절개 바람의종 2007.12.20 11456
2748 주어와 술어를 가까이 바람의종 2012.06.15 11452
2747 아다시피, 아시다시피, 알다시피 바람의종 2009.10.28 11449
2746 형제자매 바람의종 2008.01.26 11447
» 아언각비 바람의종 2012.08.13 11433
2744 쇠고기와 소고기 바람의종 2010.05.08 11431
2743 울궈먹다 바람의종 2009.02.17 11430
2742 너글너글하다, 느글느글하다 바람의종 2012.01.06 11430
2741 옷이 튿어졌다 바람의종 2009.07.14 11428
2740 독촉, 독려 바람의종 2010.10.11 11422
2739 버스 대절해서 행선지로 바람의종 2012.01.07 11422
2738 단근질, 담금질 바람의종 2009.07.27 11418
2737 나까채다, 나꿔채다, 낚아채다 바람의종 2012.07.03 11417
2736 체화 바람의종 2012.01.24 11414
2735 작렬하다와 작열하다 바람의종 2010.03.05 11413
2734 까망 고무신 바람의종 2010.03.14 11413
2733 이팝나무 바람의종 2008.02.27 114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