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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 배짱이 / 째째하다, 쩨제하다

열심히 일해 겨울 양식을 넉넉히 마련하는 녀석이 있다. 이웃에 사는 다른 녀석은 그저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노닐다가 하릴없이 겨울을 맞는다. 부지런한 녀석은 개미, 노니는 녀석은 베짱이. 이솝우화가 원전으로 알려진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담긴 이야기이다. 영어권에서는 <개미와 여치>, 일본에서는 <개미와 귀뚜라미>, 프랑스에서는 <개미와 매미>로 주인공이 바뀌긴 하지만 ‘부지런함-게으름’의 대비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겨울이 되고 먹을 것이 없어진 매미가 개미를 찾아가면 그동안 뭐 했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매미는 ‘열심히 노래해서 모두들 즐겁고 신명나게 만들어주었지’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일밖에 몰랐던 개미는 반성하고, 매미와 먹을 것을 나누며 즐겁게 겨울을 넘겼다”는 쿠바의 <개미와 매미> 같은 ‘반전 우화’도 여럿 만들어졌다.

유치원 선생님이 들려준 이 동화는 한동안 내게 <개미와 ‘배짱이’>로 기억되었다. 남들의 핀잔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뜻대로 즐길 줄 아는 ‘배짱 있는 녀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짱이’가 배짱과 관계없는 ‘베짱이’라는 걸 알게 된 때는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알고 보니, 베짱이 이름은 길쌈과 관련 있는 것이었다.

베짱이 수컷은 울음소리로 암컷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앞날개를 이용해 암컷을 유인하는 소리를 낸다.(위키백과) 이 소리가 ‘베 짜는 소리’와 비슷해 유래한 게 ‘베+짜-+앙이’인 것이다. ‘-앙이’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사이니 베짱이는 곧 ‘베를 짜는 작은 동물’이란 뜻인 셈이다. ‘배짱이’처럼 ‘ㅔ’를 ‘ㅐ’로 잘못 알고 쓰는 말이 또 있다. 배짱과 맞선 뜻인 ‘쩨쩨하다’이다. 노래 ‘사노라면’의 널리 알려진 가사에 담긴 ‘째째하게’는 그래서 이렇게 바로잡아야 한다.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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