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5.11 14:40

간절기

조회 수 12186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간절기

지난 봄날의 하루가 떠오른다. 옷장을 열어 본 아내가 배시시 웃으며 ‘입을 옷이 없다’고 했던 날이다. 딱히 답할 말을 찾지 못해 멋쩍게 웃는 나와 달리 중학생 딸은 그 뜻 알겠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이 얘기를 들은 갓 스물의 여학생들은 ‘여자는 철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는 게 맞다’며 깔깔 웃는다. 남자들은 모르는 ‘여성 공감’의 힘이다. 한마디로 ‘입을 옷이 없다’는 뜻은 ‘입을만한 옷’이 없다는 뜻이니, 곧 ‘(맘에 드는) 새 옷이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봄의 문턱을 넘어서나 싶더니 초여름 날씨가 이어진다. 환절기가 짧아진 것이다. 환절기(換節期)는 뜻 그대로 ‘철이 바뀌는 시기’이다. 철이 바뀔 즈음에는 큰 일교차로 면역력이 떨어지기에 건강상품이 인기를 끈다. 옷장 열어보며 한숨 쉬는 여성들을 위한 패션상품도 쏟아져 나온다. ‘환절기 건강’, ‘간절기 패션’처럼 같은 때를 두고 표현이 달라지기도 한다.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보면 쓰임의 차이가 또렷해진다. ‘환절기 건강’(약 400만건)-‘간절기 건강’(약 70만건), ‘환절기 패션’(약 100만건)-‘간절기 패션’(약 330만건)이다.(구글 검색) ‘간절기 패션’(약 1880건), ‘환절기 패션’(약 880건)처럼 뉴스 검색 결과도 다르지 않다.(네이버 검색)

1990년대에 등장한 ‘간절기’는 2000년 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오르면서 세력을 얻는다. 뜻풀이는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이 올 무렵의 그 사이 기간’이니 ‘환절기’와 다르지 않다. ‘간절기’는 일본어 ‘셋키노 아이다’(節氣の間, 절기의 사이)의 ‘간’을 앞에 앉혀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절기(節氣)는 ‘계절 바뀜’과 무관한 것이니 ‘간절기’를 우리말답게 쓴다면 ‘주로 패션업계에서’처럼 쓰임을 명시하고 한자(間節期)도 밝혀야 한다. 수다한 동의어와 유의어는 말글살이를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혼란을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3787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538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9Jun
    by 바람의종
    2012/06/19 by 바람의종
    Views 14315 

    알았습니다. 알겠습니다.

  5. No Image 19Jun
    by 바람의종
    2012/06/19 by 바람의종
    Views 9758 

    영어식 회사명 표기

  6. No Image 15Jun
    by 바람의종
    2012/06/15 by 바람의종
    Views 18657 

    차후, 추후

  7. No Image 15Jun
    by 바람의종
    2012/06/15 by 바람의종
    Views 11460 

    주어와 술어를 가까이

  8. No Image 15Jun
    by 바람의종
    2012/06/15 by 바람의종
    Views 11523 

    에너지 음료

  9. No Image 14Jun
    by 바람의종
    2012/06/14 by 바람의종
    Views 8531 

    노력했지마는 / 노력했지만은

  10. No Image 14Jun
    by 바람의종
    2012/06/14 by 바람의종
    Views 9037 

    중계(中繼)와 중개(仲介)

  11. No Image 13Jun
    by 바람의종
    2012/06/13 by 바람의종
    Views 10242 

    '상(上)' 띄어쓰기

  12. No Image 13Jun
    by 바람의종
    2012/06/13 by 바람의종
    Views 10502 

    지리한 -> 지루한

  13.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12/06/11 by 바람의종
    Views 9383 

    % 포인트

  14.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12/06/11 by 바람의종
    Views 18767 

    야단법석, 난리 법석, 요란 법석

  15.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12/06/01 by 바람의종
    Views 9872 

    가능하느냐 / 가능하냐

  16.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12/06/01 by 바람의종
    Views 11395 

    응씨배

  17.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12/05/30 by 바람의종
    Views 11523 

    후덥지근 / 후텁지근

  18.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12/05/30 by 바람의종
    Views 11396 

    -지기

  19. No Image 22May
    by 바람의종
    2012/05/22 by 바람의종
    Views 9562 

    조언과 충고

  20. No Image 22May
    by 바람의종
    2012/05/22 by 바람의종
    Views 7681 

    러닝머신

  21. No Image 18May
    by 바람의종
    2012/05/18 by 바람의종
    Views 7466 

    무더위, 불볕더위

  22. No Image 18May
    by 바람의종
    2012/05/18 by 바람의종
    Views 11251 

    함함하다

  23. No Image 16May
    by 바람의종
    2012/05/16 by 바람의종
    Views 8054 

    거치장스럽다

  24. No Image 16May
    by 바람의종
    2012/05/16 by 바람의종
    Views 11114 

    헤어진 옷

  25. No Image 15May
    by 바람의종
    2012/05/15 by 바람의종
    Views 8295 

    생살, 살생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