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5.04 16:40

삼겹살의 나이

조회 수 11966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삼겹살의 나이

강원도 양양에 다녀왔다. ‘매체언어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모임이 있어서였다. 토론회 짬짬이 양양군의 이모저모를 훑어보다가 ‘가축사육 현황’에 눈길이 멈췄다. 지난주 ‘뭉치사태 속에서 아롱아롱하게 보이는 아롱사태’ 따위의 소 부위별 이름을 다룬 뒤여서 그랬을 것이다. 군내 가축 수를 따져보니 돼지가 으뜸이었다. 찾는 이가 많으니 마릿수도 많을 것이다. 돼지고기를 쇠고기 부위에 견주어 짚어보니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등심과 안심, 갈비, 사태 따위는 쇠고기와 같지만 다른 이름도 꽤 있었고, 뜻밖에 역사가 짧은 것도 있었다.

뜬금없이 ‘삼겹살의 나이’를 물었던 이가 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삼겹살이란 표현을 듣지 못했다’는 게 그가 품은 의문의 시작이었다. 1970년대 이전에 출간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삼겹살’은 등장하지 않는다.(1963년판 <동아국어대사전>) 신문에는 1959년에 처음 나오고(<경향신문> 1월20일치 4면) ‘삼겹살’ 이전에 ‘세겹살’이 나온다.(<동아일보> 1934년 11월3일치 4면) 살과 지방 부분이 세 번 겹쳐 있어 붙여진 이름인 ‘삼겹살’이 ‘한겹, 두겹…’에 어긋나는 조어여서 그럴 것이다. ‘세겹-’이 ‘삼겹-’이 된 까닭은 매출을 늘리려는 상인들이 ‘몸에 좋은 삼(蔘)’을 ‘세겹살’의 삼(三)과 관련지어 붙인 이름이라는 설이 있지만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돼지의 가로막(횡격막) 부위에 있어서 ‘가로막이살’로 불리다 새 이름이 붙은 ‘갈매기살’은 1995년부터 지면에서 발견되고, 목덜미 부위의 살을 이르는 ‘항정살’은 2000년 이후에 신문기사에 등장한다. 그 이전에는 ‘(돼지)목살’이었으니, ‘목덜미 항(項)’을 끌어다 쓴 말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보이기 시작한 ‘가브리살’은 ‘뒤집어쓰다’는 뜻인 일본어 ‘가부루’(かぶる)에서 비롯한 말이다. 내력이 마뜩잖은 ‘가브리살’은 등허리 부위의 껍질 바로 안쪽에 붙은 살의 뜻을 살려 ‘등겹살’이라 하면 어떨까 싶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93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39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368
2886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081
2885 국민 바람의종 2008.11.23 4541
2884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264
2883 국민들 바람의종 2010.09.08 11702
2882 국방색 / 중동 風文 2020.06.24 2172
2881 국수 바람의종 2007.06.05 7377
2880 국어 영역 / 애정 행각 風文 2020.06.15 1565
2879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126
2878 국어의 품사 1 바람의종 2009.12.14 14931
2877 국으로 바람의종 2010.11.25 10944
2876 군말 바람의종 2008.05.13 7330
2875 군불을 떼다 바람의종 2007.12.28 12847
2874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1122
2873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680
2872 굳은 살이 - 박혔다, 박였다, 배겼다 바람의종 2009.07.28 8865
2871 굴뚝새 바람의종 2009.07.08 6084
2870 굴레와 멍에 바람의종 2008.01.17 7563
2869 굴레와 멍에 바람의종 2010.05.18 11504
2868 굴지 바람의종 2007.06.05 6900
2867 굴착기, 굴삭기, 레미콘 바람의종 2008.10.17 7927
2866 굼때다 바람의종 2008.07.05 6929
2865 굽신거리다 바람의종 2008.10.22 67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