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3.02 10:19

마탄의 사수

조회 수 11226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마탄의 사수

관악과 현악, 타악의 연주가 어우러진 베토벤과 브람스의 연주는 만듦새 좋은 정밀기계를 만지작거리는 만족감을 주었다. 청중의 열광적인 환호에 이은 앙코르 곡도 훌륭했다. 엊그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연주가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이 연주회를 마련한 신용카드회사가 내건 공연 제목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대부분의 언론이 주최사가 내세운 표기를 따랐다. 아쉬운 대목이다.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관계자는 “‘콘서트홀’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발음은 ‘콘세흐트허바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대한민국 어문규정에 따라 ‘콘세르트헤바우’로 적는다”고 밝혔다. 외래어표기법의 ‘네덜란드어 자모와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Concertgebouw’는 ‘콘세르트헤바우’가 된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가 들려준 앙코르 곡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전주곡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한 이에게 “‘마탄의 사수’는 ‘마법 탄환을 쏘는 사람’이라는 뜻인가” 물었다. 머뭇거리듯 아주 짧게 숨을 고른 그는 뜻밖의 답을 했다. “원제목인 ‘데어 프라이쉬츠’(Der Freischütz)는 ‘자유의 사수’로 번역하기도 한다.” 그가 머뭇거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유의 사수(自由-射手): 베버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 중세 독일의 전설에서 소재를 딴 낭만파 음악의 선구적 작품…’(표준국어대사전)처럼 ‘자유-’로 번역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마탄’, 그러니까 ‘마법의 총알’을 뜻하는 ‘디 프라이쿠겔’(Die Freikugel)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낱말의 접두사는 ‘자유’(frei-)이니 ‘자유롭게 날아가서 명중시키는 총알’이 되고, ‘백발백중하는 전설 속의 마법 총알’이 나오는 작품 줄거리를 바탕으로 보면 바른 번역은 ‘마(법이 걸린) 탄(환을 쏘는) 사수’라 하는 게 맞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표제어 ‘자유의 사수’는 그래서 재고해야 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53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01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053
1236 돋우다와 돋구다 바람의종 2010.03.22 13738
1235 하룻강아지 바람의종 2010.03.22 12131
1234 해프닝 바람의종 2010.03.22 10708
1233 하느님, 하나님 바람의종 2010.03.22 9662
1232 하냥 file 바람의종 2010.03.23 12394
1231 ‘감투’와 ‘망탕’ 바람의종 2010.03.23 15883
1230 가늠,가름,갈음 바람의종 2010.03.23 13437
1229 거치다와 걸치다 바람의종 2010.03.23 15111
1228 양해의 말씀 / 기라성 바람의종 2010.03.23 13161
1227 양방향 / 쌍방향 바람의종 2010.03.23 10333
1226 구리무와 포마드 바람의종 2010.03.24 11830
1225 안절부절못하다 바람의종 2010.03.24 13279
1224 쟁이와 장이 바람의종 2010.03.24 16258
1223 버스 값, 버스비, 버스 요금 바람의종 2010.03.24 14146
1222 뇌살, 뇌쇄 / 다례, 차례 / 금슬, 금술, 금실 / 귀절, 구절 바람의종 2010.03.24 14508
1221 엄청 바람의종 2010.03.26 10396
1220 호분차 온나! file 바람의종 2010.03.26 12576
1219 ‘직하다’와 ‘-ㅁ/음직하다’ 바람의종 2010.03.26 13082
1218 결제와 결재 바람의종 2010.03.26 14623
1217 조그만한, 자그만한 바람의종 2010.03.26 10878
1216 내려쬐다, 내리쬐다 바람의종 2010.03.26 10663
1215 ‘긴장’과 ‘비난수’ 바람의종 2010.03.30 179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