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2.28 11:07

태어나다

조회 수 9471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태어나다

건국신화에는 시조가 알에서 왔다는 난생설화가 많다. 둥근 알을 태양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태양은 곧 하늘이니 건국 시조는 하늘에서 알을 빌려 내려온 것이라 믿었던 시대의 일이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 신라의 박혁거세, 가야의 김수로왕 등이 난생설화의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유화는 그 알을 따뜻하게 덮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아이 하나가 알을 깨고 나왔다’(고주몽),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백마가 낳은 알에서 출생했다’(박혁거세), ‘6개의 알에서 남자아이들이 태어났는데, 제일 먼저 사람으로 변한 것이 수로였고…’(김수로왕), <위키피디아>에 나온 설명이다. 모두 알에서 비롯했는데 ‘(알을) 깨고’, ‘(알에서) 출생’, ‘(알에서) 태어나’ 세상에 나온 것이다. 표현의 차이만 있는 것일까.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과 관련한 제보를 받았다. “‘갓 태어난 새끼는 털이 없는 맨몸에 온도 조절 능력이 없어서…’처럼 ‘펭귄이 태어났다’는 표현은 바르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태어나다’는 ‘사람이나 동물이 형태를 갖추어 어미의 태(胎)로부터 세상에 나오다’(표준국어대사전)라는 뜻이니 난생동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해산’, ‘태어남’과 한뜻인 ‘출생’도 마찬가지이다. ‘태어나다’는 이처럼 어미와 태로 연결된 젖먹이동물(포유동물)에만 쓸 수 있는 표현이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동물이나 사람이(사람이나 동물이) 꼴을 갖추어 세상에 나오다’(우리말큰사전·연세한국어사전)처럼 ‘태어나다’ 뜻풀이에 ‘어미의 태’를 적시하지 않은 사전이 여럿이다. ‘태’(胎)를 ‘태어나다’의 어원으로 볼 근거도 확실하지 않다. 다행히 국립국어원은 “‘태어나다’가 비유적인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의미의 뜻풀이 추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펭귄은 물론 닭과 공룡, 개구리도 태어날 수 있는 길이 하루속히 열리기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004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6620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1604
    read more
  4. 통합키로, 참석키로

    Date2010.05.08 By바람의종 Views12490
    Read More
  5. 통틀어

    Date2007.03.30 By바람의종 Views7162
    Read More
  6. 통째/통채

    Date2008.09.03 By바람의종 Views11590
    Read More
  7. 통장을 부르다

    Date2008.04.17 By바람의종 Views11330
    Read More
  8. 통음

    Date2012.12.21 By바람의종 Views21145
    Read More
  9. 통속어 활용법

    Date2022.01.28 By風文 Views1008
    Read More
  10. 톨마

    Date2009.09.21 By바람의종 Views7468
    Read More
  11. 토족말 지킴이 챙고츠

    Date2007.12.16 By바람의종 Views6747
    Read More
  12. 토씨의 사용

    Date2009.05.31 By바람의종 Views6040
    Read More
  13. 토씨 하나 잘못 쓰면

    Date2010.05.06 By바람의종 Views8311
    Read More
  14. 토를 달다

    Date2008.02.01 By바람의종 Views13692
    Read More
  15. 토끼

    Date2008.10.22 By바람의종 Views7956
    Read More
  16. 터키말과 튀르크어파

    Date2007.11.08 By바람의종 Views6312
    Read More
  17. 터울

    Date2008.11.11 By바람의종 Views7007
    Read More
  18. 터물·더믈

    Date2008.04.28 By바람의종 Views7783
    Read More
  19. 터무니없다

    Date2010.04.13 By바람의종 Views10477
    Read More
  20. 터무니가 없다

    Date2008.01.31 By바람의종 Views11391
    Read More
  21. 택도 없다.

    Date2010.08.15 By바람의종 Views14520
    Read More
  22. 태풍의 눈

    Date2008.01.31 By바람의종 Views10459
    Read More
  23. 태어나다

    Date2012.02.28 By바람의종 Views9471
    Read More
  24. 태백산과 아사달

    Date2008.01.21 By바람의종 Views7402
    Read More
  25. 태극 전사들

    Date2022.01.29 By風文 Views93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