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1.23 13:58

용수철

조회 수 11224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용수철

사슴뿔이 달린 머리는 낙타 형상이다. 생김새는 돼지 코에 토끼 눈, 소의 귀를 닮았고, 몸통은 거대한 뱀과 비슷한데 비늘로 덮여 있다. 발은 호랑이 주먹 같은 게 네 개 달렸는데 발톱은 매의 발톱이다. 깊은 못이나 늪, 호수, 바다 같은 물속에 사는 이 녀석은 때로 하늘에 올라가 풍운을 일으킨다고 한다. 기린·봉황·거북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의 하나로 꼽히는 상상의 존재인 이것은 용이다.

용은 임금의 얼굴인 용안(龍顔), 임금이 타는 수레인 용거(龍車)처럼 임금이나 제왕같이 비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새해 들어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담은 용 얘기가 많이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을 꿈꾸는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登龍門)이 될 것이고, 대통령 선거에서는 잠룡(潛龍)들이 맞설 것이다. 큰일 할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와룡(臥龍)들 또한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용의 형상과 기운에 기댄 상술도 눈에 띈다. 가발 회사는 ‘龍毛(용모)단정’ 행사를 내세워 손님을 끌고 있고, ‘달마도’는 ‘흑룡 달마도’로 변신해 팔리고 있다.

서울의 인사동을 비롯한 관광 명소에 가면 눈에 띄는 과자가 있다. 달큼한 반죽 덩어리를 실타래처럼 만든 ‘꿀타래’이다. 네 갈래씩 여섯 번 손으로 뽑아내면 1만6384가닥의 아주 가는 실처럼 되기에 ‘용수염’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가는 국수를 만들어 ‘용수면’으로 내놓는 식당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용수염’은 숲속 촉촉한 곳에서 자라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을 가리킬 뿐이다.(표준국어대사전) 용의 수염은 그냥 ‘용수’(龍鬚)라고 한다. 용수는 명주실 타래처럼 곱고 부드럽지 않을 것이다. 용 그림을 뜯어보면 수염은 양쪽에 한 가닥씩 뻣뻣하게 나 있을 뿐이니까. 게다가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을 ‘용수철’이라 하기에 그렇다. 이틀 뒤면 임진년 진짜 설날을 맞는다. 용수철같이 탱탱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66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19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124
1302 사사, 사숙 바람의종 2008.12.08 7727
1301 영부인 바람의종 2008.12.08 8264
1300 너댓개 바람의종 2008.12.10 9873
1299 획정, 확정 바람의종 2008.12.10 15075
1298 ~ 시키다 바람의종 2008.12.10 9440
1297 패이다 바람의종 2008.12.11 14969
1296 ~ ㄴ걸 / ~ ㄹ 걸 바람의종 2008.12.11 10387
1295 지향, 지양 바람의종 2008.12.11 10905
1294 최대, 최다 바람의종 2008.12.12 10027
1293 미이라, 링겔 바람의종 2008.12.12 9216
1292 서슴치 않고 / 통털어 바람의종 2008.12.12 11284
1291 금세, 금새 / 여태, 입때 / 늘상, 항상 바람의종 2008.12.15 14012
1290 앙징맞다 / 한자어의 사이시옷 바람의종 2008.12.15 10715
1289 좀체로, 의례적 바람의종 2008.12.15 17117
1288 접수, 제출 바람의종 2008.12.17 9739
1287 오손도손, 단촐하다 바람의종 2008.12.17 11763
1286 뀌띰, 괜시레 바람의종 2008.12.17 9698
1285 옥석구분 바람의종 2008.12.18 8013
1284 상채기, 상흔, 생재기 바람의종 2008.12.18 9882
1283 돋힌 바람의종 2008.12.18 9155
1282 승패, 성패 바람의종 2008.12.26 8999
1281 운명, 유명 바람의종 2008.12.26 89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