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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4 12:50

처리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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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뱅이

신문과 방송을 읽고 듣고 보는 매체 수용자는 여럿으로 나뉜다. 인쇄 매체를 읽는 사람은 독자, 돈 내고 사서 읽으면 구독자, 특정 매체를 즐겨 읽으면 애독자가 된다. 텔레비전을 보는 이는 시청자, 라디오는 청취자 그리고 즐겨 듣는 이는 애청자이다. 독자와 시청자는 지면과 전파로 전달되는 정보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보·문의를 통해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기도 한다. 방송사 아나운서 부서에는 프로그램 관련 일거리뿐 아니라 우리말과 글에 관한 문의도 들어온다. 아나운서들이 국립국어원의 ‘가나다 전화’(1599-9979), 전국 곳곳에 설치된 ‘국어상담소’ 상담원과 비슷한 노릇을 한다고 보면 된다. 오늘 말글살이 얘깃거리는 <우리말 나들이> 애청자라고 밝힌 초등학교 교사의 전화 한 통에서 비롯했다.

“‘철이뱅이’라는 방언이 있는데 뜻이 무엇이냐?” 사전을 찾아도 나오지 않으니 문의했을 터, 인터넷에서도 쓸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처리뱅이’를 검색하니 답이 나왔다. 잠자리의 경북 방언이다. 흔히 ‘가을의 전령’으로 알려진 잠자리의 방언을 찾아보았다. 이웃 동네여도 이름이 다를 만큼 잠자리의 방언은 참으로 많았다. 나마리, 밤부리, 밥주리, 붓쟁이, 잰자리, 철랭이, 오다리, 자마리, 찰랑개비, 청뱅이, 촐뱅이, 철구, 부잰째리, 곰부리, 잼자리…. 지금껏 ‘잠자리’ 하나만을 잠자리로 알고 지낸 서울내기인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진화사회학자인 대니얼 네틀과 언어학자인 수잰 로메인은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에서 ‘언어의 사멸은 생태계 붕괴의 한 부분’이라며 ‘고유문화를 담는 그릇인 언어의 보존’을 역설했다. 지역 정서와 문화가 담겨 있는 방언은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표준어를 앞세워 지역어가 숨쉴 공간을 빼앗는 일은 피해야 한다. 최근 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원로 아나운서가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우리말을 아끼고 보존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라”며 ‘청뱅이’(잠자리)를 보기로 든 까닭도 방언이 소중한 언어유산임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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