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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1 10:49

에프원(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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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원(F1)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오후 들어 더 굵어진 영암 서킷. ‘세이프티카’(safety car)가 들락거리며 폭우 속에 치러진 레이스 내내 선두는 페텔이었다. 55바퀴를 도는 경주가 종반으로 들어선 45바퀴까지 그랬다. ‘폴 투 피니시’(Pole to Finish)로 마무리될 거라는 예상이 현실이 될 즈음 뜻밖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쏜살같이 내달려 첫 코너로 진입하기 직전, 갑자기 속도가 떨어진 페텔의 경주차. ‘패덕’(paddock)의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외마디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드라이빙 머신’(driving machine)이 토해내는 굉음에 묻힌 관중의 탄식은 이내 환호로 바뀌었다. 레드불의 5번 경주차 엔진에서 솟아오르는 연기와 불꽃을 뚫고 페라리의 알론소가 1위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페텔은 그렇게 탄식과 환호 속에 ‘리타이어’(retire)했다. ‘체커기’(checker flag)를 가장 먼저 받은 우승자는 알론소. 제 힘을 소진한 경주차를 ‘서킷’(circuit)에 남겨둔 채 ‘피트’(pit)로 돌아오는 페텔. 나이 스물셋의 페텔은 ‘미캐닉’(mechanic)을 비롯한 팀원과 포옹한 뒤 조용히 관중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이 ‘F1의 황태자’ 미하엘 슈마허가 남긴 말 “지는 것도 인생이다”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첫 대회를 치른 지난해 F1 코리아 그랑프리 때의 일이다.

1950년 시작된 F1은 ‘세계 3대 스포츠’의 하나로 꼽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종목이다. 경기 용어가 어려운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원어를 번역한 ‘안전자동차’, ‘선두 출발 우승’, ‘예시장’(경마에서, 그날의 출전마를 관객에게 보이기 위하여 만든 장소), ‘달리는 기계’, ‘탈락’(포기), ‘(레이스가 종료되었다는 의미로 표시되는) 바둑판무늬 깃발’, ‘순환로’, ‘정비소’, ‘정비사’는 원뜻을 오롯하게 담아내지 못한다. 문화 차이에서 비롯한 생소한 표현을 쉽게 다듬는 일은 F1의 저변을 늘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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