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7 21:14

볏과 벼슬

조회 수 11589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볏과 벼슬

다음에 설명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무고개처럼 하나씩 짚어 나가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만한 무엇이다. 이것은 동물성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의 생김을 사물에 빗대어 구별하기도 한다. 장미처럼 생긴 게 있고, 완두콩 또는 호두 모양과 비슷한 것도 있다. 흔히 ‘관’(冠)을 붙여 장미관, 완두관이라 하는데 이 둘이 섞이면 호두관이 나온다. 이것을 가리키는 방언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것의 주인이 여염집 살림에서 빠질 수 없기에 그럴 것이다. 제주에서는 고달이라 하고, 강원도에서는 면두, 평안도에서는 멘두 또는 벤두미라고도 한다. 경상도 방언으로는 배실, 경북 일부에서는 장다루로 불리기도 한다. 같은 말로는 변두, 육관(肉冠)이 있다. 이것의 생김은 맨드라미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맨드라미를 계관(鷄冠)이나 계두(鷄頭)라 이르기도 한다. 김유정의 <동백꽃>, 박경리의 <토지>를 비롯해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도 등장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빛깔이 붉고 시울이 톱니처럼 생긴, 닭이나 새 따위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 조각’(표준국어대사전)이다.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덕하고 면두를…”(<동백꽃>)의 ‘면두’(멘두, 벤두)는 앞에서 보았듯이 방언이다.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벼슬’이라 했다. 사전은 ‘벼슬’도 방언으로 다룬다. “닭장에서 비어져 나간 한 마리가… 볏을 세우며 달아난다”(<토지>)의 ‘볏’이 이것을 제대로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작에는 ‘볏을 가진 족속’이라는 표현처럼 ‘볏’으로 썼다.

볏은 암탉보다 수탉의 것이 돋보인다. 우람하게 솟아오른 볏에 대감마님 수염처럼 늘어뜨린 아랫볏은 수탉의 위엄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마당을 다스리는 수탉은 유난히 화려한 볏을 내세워 한껏 위세를 부린다. 하지만 이 수탉의 위엄은 오래가지 못한다. 권위의 상징인 볏이 사실은 ‘가발’이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볏’은 ‘벼슬’이 아니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429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5821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11675 

    의학 용어

  5. No Image 24Feb
    by 바람의종
    2008/02/24 by 바람의종
    Views 11667 

    빼도 박도 못한다

  6. 상구 울어 싸

  7. No Image 23Apr
    by 바람의종
    2010/04/23 by 바람의종
    Views 11657 

    ㅂ불규칙 활용

  8. No Image 08Jan
    by 바람의종
    2008/01/08 by 바람의종
    Views 11657 

    물고를 내다

  9. No Image 17Jan
    by 바람의종
    2008/01/17 by 바람의종
    Views 11653 

    삼천포로 빠지다

  10. No Image 20Jun
    by 바람의종
    2010/06/20 by 바람의종
    Views 11651 

    재료, 원료

  11. No Image 26Nov
    by 바람의종
    2010/11/26 by 바람의종
    Views 11649 

    안팎

  12. No Image 16Jun
    by 바람의종
    2010/06/16 by 바람의종
    Views 11648 

    사이다

  13.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10/01/28 by 바람의종
    Views 11646 

    기면 기고

  14. No Image 09Oct
    by 바람의종
    2007/10/09 by 바람의종
    Views 11632 

    단소리/쓴소리

  15. No Image 10Sep
    by 바람의종
    2007/09/10 by 바람의종
    Views 11629 

    푼수

  16. No Image 13May
    by 바람의종
    2010/05/13 by 바람의종
    Views 11626 

    안 되다와 안되다

  17. No Image 15Aug
    by 바람의종
    2010/08/15 by 바람의종
    Views 11624 

    지다

  18. No Image 27Jan
    by 바람의종
    2010/01/27 by 바람의종
    Views 11623 

    설화, 눈꽃, 상고대, 서리꽃

  19. No Image 26Sep
    by 바람의종
    2009/09/26 by 바람의종
    Views 11620 

    '데' 띄어쓰기

  20. No Image 27Oct
    by 바람의종
    2009/10/27 by 바람의종
    Views 11617 

    눈시울, 눈자위, 눈두덩

  21. No Image 02Mar
    by 바람의종
    2010/03/02 by 바람의종
    Views 11605 

    들르다와 들리다의 활용

  22. No Image 17Aug
    by 바람의종
    2012/08/17 by 바람의종
    Views 11601 

    스포츠 중계

  23. No Image 17Apr
    by 바람의종
    2008/04/17 by 바람의종
    Views 11594 

    통장을 부르다

  24. No Image 17Nov
    by 바람의종
    2011/11/17 by 바람의종
    Views 11589 

    볏과 벼슬

  25. No Image 10Mar
    by 바람의종
    2010/03/10 by 바람의종
    Views 11586 

    한창과 한참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