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7 21:00

짜장면과 오뎅

조회 수 11325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짜장면과 오뎅

“…감기약이 많이 독했으면 싶어요/ 술 취한 것처럼 아주 깊은 잠이 들어야/ 새벽에 말도 없이 찾아온 헤어짐의 기억이/ 나쁜 꿈일 뿐이라고 날 속일 수 있으니….” <감기 때문에>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심정을 담고 있지만 이른바 ‘19금 딱지’ 대상으로 논란이 된 노래이다. 노랫말에 ‘유해 약물’인 ‘술’과 ‘향정신성 의약품’인 ‘감기약’이 들어 있다는 게 쟁점이었다. 이런 엉뚱한 일이 예전에도 있었다.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아줌마/ 순대와 튀김은 팔지 않아요/ 사람들은 맛나는 떡볶이만 먹고/ 오뎅은 왜 그런지 팔리지 않아….” 이 곡의 제목은 <떡볶이와 오뎅>이다. 이 노래는 방송사 자체 심의에 걸려 방송 금지곡이 되었다. 내용은 천진하기 그지없는 이 노래가 금지곡이 된 건 ‘오뎅’ 때문이었다. 당시 가요 심의를 했던 심의위원들은 “‘오뎅’은 방송언어로 부적절하다”며 음반사와 가수 쪽이 낸 재심의 신청도 기각했다.

그렇다. ‘오뎅’은 지금도 ‘방송 부적합 용어’로 분류되어 있다. 청취자 사연에 자주 나오는 ‘오뎅’은 ‘어묵’ 따위로 바꾸어 전하는 게 방송과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의 불문율이다. 국립국어원은 ‘오뎅’을 ‘꼬치/꼬치안주’로 순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오뎅은 바르지 않으니) 어묵’으로 쓰라고 한다. 왠지 석연찮은 구석이 없지 않다. 일본어 찌꺼기를 솎아내는 일에는 찬성하지만, ‘오뎅’은 그냥 ‘오뎅’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선살 등을 으깨어 조미료를 넣고 버무려 만든 건 어묵이지만, 다시마와 무, 파 따위를 넣고 끓여낸 일본 음식은 ‘오뎅’이기 때문이다. ‘오뎅’이 순화 대상이면 일본 나가사키가 원산지인 ‘짬뽕’(チャンポン)도 그래야 한다. 피자와 햄버거, 스파게티와 케밥은 음식 이름일 뿐이다. 짬뽕과 한 식구인 ‘짜장면’이 복권되었다. 이와 함께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길래(-기에), 손주(손자) 등도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언어 현실을 반영해 결정했다’는 국립국어원의 뜻이 ‘오뎅’에도 미치기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66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127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951
1280 성은, 승은, 사약 바람의종 2008.11.18 7400
1279 외곬, 외골수 바람의종 2008.11.18 7849
1278 빵, 카스텔라 바람의종 2008.11.18 6225
1277 먹거리,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11.16 6089
1276 갈매기살, 제비추리, 토시살 바람의종 2008.11.16 8828
1275 시간, 시각 바람의종 2008.11.16 6571
1274 오마이 바람의종 2008.11.16 5776
1273 벗어지다, 벗겨지다 바람의종 2008.11.15 8115
1272 자문 바람의종 2008.11.15 5263
1271 가능한, 가능한 한 바람의종 2008.11.15 7808
1270 너랑 나랑 바람의종 2008.11.15 7692
1269 애매모호 바람의종 2008.11.14 5268
1268 잇달다, 잇따르다 바람의종 2008.11.14 8187
1267 'ㅣ'모음 역행동화 바람의종 2008.11.14 7116
1266 쇠고기 바람의종 2008.11.14 5509
1265 지긋이, 지그시 바람의종 2008.11.13 10510
1264 휘호 바람의종 2008.11.13 11173
1263 구랍 바람의종 2008.11.13 6781
1262 원숭이 바람의종 2008.11.13 6970
1261 충돌, 추돌 바람의종 2008.11.12 8108
1260 닭도리탕 바람의종 2008.11.12 5710
1259 작명(作名)유감 바람의종 2008.11.12 66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