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대회

by 바람의종 posted Nov 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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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대회

지난 주말 대구에 다녀왔다. 기차역을 나와 탄 택시에서 들은 첫마디는 ‘육상대회 취재 왔느냐’였다. ‘야구장 갑니다’ 한마디를 꺼내기가 머쓱할 만큼 ‘프로야구 홈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구의 관심은 이번 주말로 개막이 성큼 다가온 육상대회에 쏠려 있었다. 시내 곳곳에 형형색색 내걸린 대회 펼침막과 깃발을 보며 만국기 펄럭이던 학교 운동회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른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육상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경기이기도 했다. 육상 종목은 크게 셋으로 나눈다. 달리기인 트랙경기와 뜀뛰고 던지는 필드경기, 경기장 밖에서 치르는 도로경기이다. 달리기의 백미는 ‘인간탄환’을 가리는 100m 종목이라 하지만 우리 운동회 때는 사정이 다르다. 청군과 백군의 최종점수가 가려지는 종목인 계주가 하이라이트. 이어달리기, 릴레이 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둥근 막대기가 있다. 이 명칭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바톤>바통>배턴’ 순으로 쓰임이 잦다. ‘바톤’은 바른 외래어표기가 아니다. 언론 매체에 자주 오르는 프랑스어 ‘바통’과 대회 조직위원회 누리집에 표기된 영어 발음 ‘배턴’(baton)은 둘 다 맞다. 계주봉(繼走棒)을 살려 쓰는 것도 괜찮겠다. 트랙경기의 투척 종목인 투창(投槍), 투포환, 투원반, 투해머 등은 창던지기처럼 ‘-던지기’로 다듬어 쓴 지 꽤 되었다. 도약 종목의 하나인 ‘멀리뛰기’도 일본어 ‘하바토비’(幅跳)를 옮긴 ‘넓이뛰기’를 물리치고 제자리를 잡았다.(북한에서는 ‘너비뛰기’라고 한다.) 하지만 ‘장대넓이뛰기: 장대를 가지고 달리다가 장대에 몸을 의지하여 뛰는 넓이뛰기’(<표준국어대사전>)로 여전히 남아 있는 ‘넓이뛰기’는 손질이 필요한 대목이다. ‘세계 3대 스포츠 행사’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치른다고 하니 불현듯 학창시절 체력장 풍경이 어제 일인 듯 떠오른다. 왕복달리기, 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그리고 투척 종목은 ‘수류탄던지기’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