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6 13:44

가(價)

조회 수 9272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價)

한자 ‘글자 자’(字)가 첫소리가 아닐 때는 된소리가 된다. ‘승자총통(勝字--)[승짜--]’ 관련 방송 뉴스에 바르지 않은 발음이 나왔기에 지난번 이 자리에서 살펴본 발음법이다. 내 은사는 고문자(高文子)[--자] 선생님, 옛글자는 고문자(古文字)[--짜] 등을 보기로 들기도 했다.


근데 두 가지 예외를 제대로 짚지 않고 넘어갔다. 하나는 수 관형사 뒤에서는 예사소리가 된다는 것. 글자 수를 한 자, 두 자, 스무 자, 서른 자…처럼 헤아릴 때는 [한자], [두자], [스무자], [서른자]이다. 자연현상으로부터 인륜 도덕에 이르는 지식 용어를 사언(四言) 고시(古詩) 250구 모두 1000자로 수록한 한문 학습 입문서 <천자문>(千字文)은 그래서 [-짜-]가 아니라 [-자-]이다. 예외의 다른 하나는 글자를 뜻하는 문자(文字)와 같은 표기인데 ‘예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한자로 된 숙어나 성구(成句) 또는 문장’의 뜻일 때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공자 앞에서 문자(文字) 쓴다’ 같은 속담이나 ‘선인의 문자향(文字香)을 좇는 삶’의 경우 [문자(향)]로 발음하는 게 맞다.

표기는 같지만 뜻에 따라 예사소리와 된소리가 되는 경우가 또 있다. 대표적인 게 ‘고가’이다. 높이 가로질러 세워 만드는 길 ‘고가(高架)도로’는 [고가--], 오래된 집은 고가(古家)[고가], 비싼 값은 고가(高價)[고까]이다. [고까도로]라 소리 내면 건설비 많이 들여 닦은 길이란 뜻이 된다. ‘미국발 악재’로 폭락한 주식 값은 주가(株價)[-까], 장 설 때 시작한 값은 시가(始價)[-까], 폐장할 때 값은 종가(終價)[-까]이다. 돈·가치를 떠올리면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다. 사자성어로 동가홍상(同價紅裳), 발음은 [-까--]. 이처럼 ‘값 가’(價)는 ‘자’(字)처럼 첫소리가 아닐 때 [-까]로 소리 난다.

‘가’와 ‘자’라고 쓰고 소리 환경에 따라 [까], [짜]로 읽는 게 우리 발음법의 세계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41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05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964
1522 원인, 이유 바람의종 2009.11.29 9166
1521 낸들, 나 자신, 내 자신 바람의종 2009.05.04 9169
1520 한참동안 바람의종 2007.04.23 9171
1519 푸르름 바람의종 2011.11.10 9183
1518 미이라, 링겔 바람의종 2008.12.12 9186
1517 떠구지 file 바람의종 2010.01.06 9189
1516 찍찍이 바람의종 2010.01.19 9191
1515 결단과 결딴 바람의종 2012.11.01 9192
1514 명사형 어미 바람의종 2010.03.14 9195
1513 좇다와 쫓다 바람의종 2010.02.08 9197
1512 명사 + 하다, 형용사 + 하다 바람의종 2009.07.17 9197
1511 꽃 피라 바람의종 2011.11.25 9198
1510 이제서야, 그제서야 바람의종 2009.07.08 9201
1509 넋살탕 바람의종 2008.03.07 9202
1508 '지'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8.05 9203
1507 그분이요? / 그분이오? 바람의종 2012.10.17 9203
1506 그것을 아시요? 바람의종 2010.03.18 9205
1505 기침을 깇다? 바람의종 2010.03.04 9210
1504 어리숙, 허수룩 / 텁수룩, 헙수룩 바람의종 2009.02.02 9213
1503 남산 신성비 바람의종 2008.02.16 9214
1502 메밀국수(모밀국수) 風磬 2006.11.26 9217
1501 벌이다, 벌리다 바람의종 2008.10.11 92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