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6 13:44

가(價)

조회 수 9268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價)

한자 ‘글자 자’(字)가 첫소리가 아닐 때는 된소리가 된다. ‘승자총통(勝字--)[승짜--]’ 관련 방송 뉴스에 바르지 않은 발음이 나왔기에 지난번 이 자리에서 살펴본 발음법이다. 내 은사는 고문자(高文子)[--자] 선생님, 옛글자는 고문자(古文字)[--짜] 등을 보기로 들기도 했다.


근데 두 가지 예외를 제대로 짚지 않고 넘어갔다. 하나는 수 관형사 뒤에서는 예사소리가 된다는 것. 글자 수를 한 자, 두 자, 스무 자, 서른 자…처럼 헤아릴 때는 [한자], [두자], [스무자], [서른자]이다. 자연현상으로부터 인륜 도덕에 이르는 지식 용어를 사언(四言) 고시(古詩) 250구 모두 1000자로 수록한 한문 학습 입문서 <천자문>(千字文)은 그래서 [-짜-]가 아니라 [-자-]이다. 예외의 다른 하나는 글자를 뜻하는 문자(文字)와 같은 표기인데 ‘예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한자로 된 숙어나 성구(成句) 또는 문장’의 뜻일 때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공자 앞에서 문자(文字) 쓴다’ 같은 속담이나 ‘선인의 문자향(文字香)을 좇는 삶’의 경우 [문자(향)]로 발음하는 게 맞다.

표기는 같지만 뜻에 따라 예사소리와 된소리가 되는 경우가 또 있다. 대표적인 게 ‘고가’이다. 높이 가로질러 세워 만드는 길 ‘고가(高架)도로’는 [고가--], 오래된 집은 고가(古家)[고가], 비싼 값은 고가(高價)[고까]이다. [고까도로]라 소리 내면 건설비 많이 들여 닦은 길이란 뜻이 된다. ‘미국발 악재’로 폭락한 주식 값은 주가(株價)[-까], 장 설 때 시작한 값은 시가(始價)[-까], 폐장할 때 값은 종가(終價)[-까]이다. 돈·가치를 떠올리면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다. 사자성어로 동가홍상(同價紅裳), 발음은 [-까--]. 이처럼 ‘값 가’(價)는 ‘자’(字)처럼 첫소리가 아닐 때 [-까]로 소리 난다.

‘가’와 ‘자’라고 쓰고 소리 환경에 따라 [까], [짜]로 읽는 게 우리 발음법의 세계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39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03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956
268 유해, 유골 바람의종 2010.09.05 14367
267 고주망태 風磬 2006.09.21 14372
266 십상이다 바람의종 2010.08.11 14376
265 되바라지다 風磬 2006.11.16 14381
264 얇다, 가늘다 바람의종 2009.08.06 14382
263 쇠다와 쉬다 바람의종 2010.04.17 14384
262 오락·문화용어 바람의종 2010.03.19 14408
261 며늘아기, 며늘아가 바람의종 2010.08.06 14413
260 옛부터? 바람의종 2010.03.19 14435
259 겸연쩍다, 멋쩍다, 맥쩍다 바람의종 2009.07.25 14457
258 하꼬방 바람의종 2011.11.30 14457
257 각둑이, 깍둑이, 깍두기, 깍뚜기 바람의종 2009.11.09 14460
256 담갔다, 담았다, 담그다 바람의종 2010.11.10 14485
255 널빤지, 널판지, 골판지 바람의종 2009.09.23 14494
254 괄괄하다 風磬 2006.09.29 14504
253 어깨 넘어, 어깨너머 바람의종 2009.08.01 14507
252 함께하다/ 함께 하다, 대신하다/ 대신 하다 바람의종 2009.03.29 14517
251 진이 빠지다 바람의종 2008.01.30 14528
250 할려고? 하려고? 바람의종 2010.07.25 14542
249 뇌살, 뇌쇄 / 다례, 차례 / 금슬, 금술, 금실 / 귀절, 구절 바람의종 2010.03.24 14556
248 넉넉지/넉넉치 바람의종 2009.03.17 14605
247 훈민정음 반포 565돌 바람의종 2011.11.20 146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