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10 13:06

나들목 / 조롱목

조회 수 12795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들목 / 조롱목

나들이하기 좋은 철이다. 도시의 소음과 수많은 사람, 빌딩 숲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려면 교통 혼잡을 겪어야 할 때가 있다. 여기저기 차가 밀리고 길이 막히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차량 정체와 지체 원인은 차선 ‘도색 작업’이나 ‘병목 현상’, 무리한 ‘차선 변경’에 따른 접촉사고 등 여러 가지. 갑갑한 교통 상황에서 ‘차선 도색’ ‘병목’ ‘차선 변경’이란 표현과 마주치면 더 답답해진다.

‘차선도색작업중’(車線塗色作業中). 한자까지 병기된 안내판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보았다. ‘차선 도색’은 우리말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뒤늦게 오른 도색은 색칠·채색과 같은 뜻이다. 차선 도색은 그러니까 ‘차선을 색칠한다’는 표현이 된다. 도로에 선을 긋고 안내 표시를 새기는 작업은 ‘차선 긋기 작업’이나 ‘노면 표시 작업’이라 해야 제 뜻을 담아낸다.

병목 현상은 ‘도로의 폭이 병목처럼 갑자기 좁아진 곳에서 일어나는 교통 정체 현상’(<표준국어대사전>)이다. 병목과 함께 같은 뜻인 조롱목(조롱 모양처럼 된 길목)을 쓰면 어떨까. 병목(甁-)은 보틀넥(bottleneck)을 직역한 낱말이니 토박이말 살려 쓰자는 뜻이다. 인터체인지를 다듬은 나들목과 짝을 이루니 더 좋고. 차선(line)은 ‘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이고 차로(lane)는 ‘찻길’로 차가 다니는 길이다.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하며 신경전을…”(ㅁ방송 뉴스)은 ‘…차로 변경…’으로 해야 맞다.

경찰이 3색 화살표 신호등 도입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했다. 새로운 교통신호 체계 도입이 시민 생활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교통은 서로 잘 오고 가게 하는 것이니 교통 정책을 잘 세우고 제대로 펴나가려면 이번 결정처럼 여론과 소통해야 한다. 교통 용어도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정확한 표현으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18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80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569
1280 맞벌이, 외벌이, 홑벌이 바람의종 2012.11.23 24452
1279 맞고요, 맞구요 風磬 2006.09.09 16779
1278 망이·망쇠 바람의종 2008.05.01 9589
1277 망오지·강아지 바람의종 2008.06.13 8486
1276 망신 風文 2023.06.09 2031
1275 망둥어, 망둑어 / 간재미, 간자미 바람의종 2010.05.30 16942
1274 망년회(忘年會) 바람의종 2009.05.30 6027
1273 망년회 바람의종 2010.10.06 11088
1272 망나니 風磬 2006.11.26 8019
1271 맛탕, 마탕 바람의종 2010.11.25 11503
1270 맛빼기, 맛배기, 맛뵈기 바람의종 2009.08.07 10549
1269 맑다와 밝다 바람의종 2008.02.27 7008
1268 말할 자격 바람의종 2009.06.16 7437
1267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491
1266 말차례 바람의종 2008.01.20 488992
1265 말째다 바람의종 2008.06.24 5949
1264 말짱 황이다 바람의종 2008.02.23 10424
1263 말짱 도루묵이다 바람의종 2008.01.06 11869
1262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564
1261 말의 토착화 / 국가와 교과서 風文 2020.07.20 2390
1260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576
1259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4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