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0.25 17:55

언니와 학부형

조회 수 8921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언니와 학부형

아들이 졸업했다. 식장에 앉아 있는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아니, 한자리에 있는 졸업생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갸륵해 보였다. 딸도 졸업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 들어섰던 교문을 동무들과 조잘대며 함께 나서는 한결 슬기로워진 딸이 기특했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을 흐뭇하게 했던 졸업식. 거기에서 들은 노래는 부모 세대의 것이기도 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졸업식 노래’ 1절)

울음 꾹꾹 씹어삼키며 불렀던 이 노래의 노랫말에 나오는 ‘언니’는 누구일까.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에게 물었다. ‘남자들도 언니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고. “여중을 나와서…, 남자학교는 ‘형’이라 하지 않나….” 뜻밖의 답이었다. 언니와 형은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말로서 본래는 남녀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졸업식 하객을 최소화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학부형에게 보냈다”는 뉴스(ㅇ케이블방송)의 ‘학부형’도 한번 생각해볼 표현이다. 학부형은 원래 학생(學)의 아버지(父)와 형(兄)이라는 뜻이니 ‘바깥일은 남정네가 하던 시대’에 좀더 어울릴 듯싶다.

이제 졸업 철은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언니와 아우들의 앞날을 위해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38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73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870
2706 백넘버, 노게임 바람의종 2011.11.13 7912
2705 정보무늬 바람의종 2011.11.13 12388
2704 디엠제트 바람의종 2011.11.13 11704
2703 쌍둥밤 / 쌍동밤 바람의종 2011.11.11 9500
2702 억지조어 바람의종 2011.11.11 7774
2701 사리 바람의종 2011.11.11 9788
2700 ‘말밭’을 가꾸자 바람의종 2011.11.11 8786
2699 푸르름 바람의종 2011.11.10 9035
2698 暴 (포와 폭) 바람의종 2011.11.10 15051
2697 나들목 / 조롱목 바람의종 2011.11.10 12751
2696 공공칠 바람의종 2011.11.10 10945
2695 면면이, 면면히 바람의종 2011.10.27 10841
2694 강냉이, 옥수수 바람의종 2011.10.27 9788
2693 방금 바람의종 2011.10.27 8755
2692 륙, 육 바람의종 2011.10.27 12312
2691 은폐, 은닉 바람의종 2011.10.25 10755
2690 니, 네 바람의종 2011.10.25 8931
2689 쉐보레 유감 바람의종 2011.10.25 10126
» 언니와 학부형 바람의종 2011.10.25 8921
2687 '자처'와 '자청' 바람의종 2011.05.01 9071
2686 끼치다와 미치다 바람의종 2011.05.01 12692
2685 만무방 바람의종 2011.05.01 98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