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 좋다?
지난해 말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신장과 심장 기능 정상. 체중과 신장도 조금 늘었다. 비장과 담낭에 낭종 소견 있으니 추적 관찰 필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위주 식단 권장. 폐포 기능 향상을 위해 금연할 것.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에 담긴 내용은 대충 이랬다. 같은 내용을 이렇게 풀어쓰면 어떨까. “콩팥과 염통은 제 몫을 하고 있음. 몸무게 늘고 키도 커졌음. 지라와 쓸개에 주머니혹이 있으니 더 자세히 살펴보기 바람. 녹말은 적게 흰자질은 많이 먹을 것. 허파꽈리가 제구실하게 담배 끊을 것.” 앞과 뒤 글월의 뜻은 같다.
비장과 담낭은 내 몸 어디에 있는 내장인지 해가 거듭되어도 여전히 헷갈린다. 비장(脾臟)=지라, 담낭(膽囊)=쓸개.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두어야겠다. 지라는 왼쪽 콩팥 위에, 쓸개는 오른쪽에 있는 간 아래에 붙어 있다.
‘염통에 털 났다’(체면도 없이 아주 뻔뻔하다), ‘염통에 바람 들다’(마음이 들떠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다)처럼 심장을 버리고 염통만 쓰자고 제안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자말도 외래어도 잘 품고 다듬어 써야 할 우리말이니까. 하지만 ‘신장이 좋다’는 말은 삼가야 한다. 스포츠 중계방송에 나선 해설자가 흔히 쓰는 이 말은 ‘키가 크다’ 하면 될 일이다. 그나저나 ‘겉은 멀쩡해 뵈는 아나운서가 속병을 앓고 있네’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내 ‘건강 성적표’를 그대로 옮겨 온 것은 아니니까.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기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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