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11.26 15:09

열릴 예정이다

조회 수 10626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열릴 예정이다

“나는 서울에 갈 예정이다.” 이 문장의 통사구조를 분석해보면 조금 헷갈린다. 주어 ‘나는’을 받는 동사는 ‘갈’인데 ‘예정이다’의 주어가 없다. ‘명사+이다’로 끝난 문장을 흔히 명사문이라고 하는데, 예시한 문장은 명사문도 아니다. ‘갈 예정이다’가 술부인데 이를 ‘용언+보조용언’으로 분석할 수도 없다. 우리 문법 체계에서 보조용언은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뿐이므로 서술격 조사 ‘이다’가 보조용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사구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YS가 주재하는 동교동계-상도동계 만찬 회동이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릴 예정이다.” 중앙 일간지 기사의 한 구절이다.

‘-ㄹ 예정이다’는 우리말에서 매우 흔히 쓰이는 어형이다. ‘예정이다’ 대신에 ‘작정이다, 계획이다, 전망이다, 것이다’ 등도 쓰인다. 이 중에서 ‘예정이다, 작정이다, 계획이다’는 행위 주체의 의지가 실려 있는 말이다. 따라서 피동형 뒤에 이런 말을 쓰면 어색하다. ‘예정이다’의 주어는 사람이나 단체가 되어야 반듯하다. 이를 피동으로 하면 사람이 아닌 ‘회동’이라는 무정명사가 주어가 되어 스스로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려야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꼴이 된다. 일반화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굳이 따져보면 깔끔한 표현은 아니다. 주어를 설정하기가 어려워 피동형으로 하겠다면 행위 주체의 의지가 실려 있는 말은 피하고, ‘열릴 전망이다’,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는 현재형으로 미래를 나타내는 ‘열린다’로 하는 것이 좋겠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13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73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673
2402 영계 바람의종 2007.08.07 9629
2401 영감 바람의종 2007.08.07 7776
2400 엿장수, 엿장사 바람의종 2010.04.23 10609
2399 염병할 바람의종 2008.02.27 9907
2398 염두하지 못했다 / 마침맞다 바람의종 2009.02.19 7469
2397 열쇳말, 다섯 살까지 風文 2022.11.22 1613
2396 열쇠 바람의종 2008.01.14 7935
» 열릴 예정이다 바람의종 2010.11.26 10626
2394 열 딸라 바람의종 2008.05.27 8160
2393 연합전술로 패했다 바람의종 2010.07.30 9771
2392 연패(連敗) / 연패(連覇) 바람의종 2010.03.12 8539
2391 연출했다 바람의종 2010.04.27 8280
2390 연신, 연거푸 바람의종 2009.05.17 8864
2389 연설 바람의종 2008.05.11 6807
2388 연미복 바람의종 2007.08.03 8046
2387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255
2386 연륜 바람의종 2007.08.03 8518
2385 연도 / 년도 바람의종 2009.04.14 27908
2384 연결 어미 ‘-려’와 ‘-러’ 바람의종 2010.01.20 9042
2383 역할 / 역활 바람의종 2009.08.27 19972
2382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263
2381 역겨움에 대하여, 큰일 風文 2022.09.22 19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