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10.16 14:01

예산 타령

조회 수 10378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예산 타령

말에도 기성품이 있다. 어떤 말이 기성품이 되어 널리 쓰인다면, 대상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거나 부려 쓰기에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처음 그 말을 썼을 때는 그야말로 멋진 맞춤형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여러 사람이 가져다가 기성품으로 두루 쓰게 된 것이다. 문학 작품의 한 구절을 대중이 기성품으로 쓰는 예는 허다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대는 교육청과 여기에 예산 타령만 하는 일선 학교의 의지 부족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학교의 급식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의 한 구절이다.

누가 처음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산 타령만 한다”는 말은 매우 편리한 기성품 말이다. 그러나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어떤 조직이든지 예산 확보에 목을 맨다. 예산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하지 못하면 조직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위의 기사에서 예산 타령만 하는 일선 학교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예산의 칼자루는 상급기관이 쥐고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학생 급식에 문제가 나타났을 것이다.

예산이 없어 못한다는 걸 탓할 수는 없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편리한 기성품 말로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학교에서는 예산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왜 예산이 없는가? 상급기관의 예산 책정은 적절했는가? 학교의 예산 확보 노력은 충분했는가? 이런 문제들은 덮어둔 채 편리한 말로 “예산 타령”으로만 치부해 버리면 학교로서는 매우 억울할 것이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62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1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106
2244 루즈 바람의종 2008.02.11 9225
2243 륙, 육 바람의종 2011.10.27 12309
2242 률과 율 바람의종 2008.04.16 8396
2241 릉, 능 바람의종 2008.10.25 8785
2240 린치, 신나, 섬머 바람의종 2008.10.29 7122
2239 마가 끼다 바람의종 2008.01.05 16541
2238 마개와 뚜껑 바람의종 2008.02.04 8124
2237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844
2236 마냥, 모양 바람의종 2009.10.08 7502
2235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089
2234 마누라 風磬 2006.11.26 8197
2233 마는, 만은 바람의종 2010.10.11 12894
2232 마니산과 머리 바람의종 2008.01.28 8581
2231 마다 않고, 아랑곳 않고 바람의종 2012.10.05 16844
2230 마도로스 바람의종 2009.08.29 6115
2229 마라초 바람의종 2008.04.01 6036
2228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384
2227 마름질 바람의종 2009.07.25 8304
2226 마린보이 바람의종 2012.08.13 12217
2225 마마잃은중천공? / 비오토프 風文 2020.07.03 1693
2224 마스카라 바람의종 2010.06.20 13794
2223 마을 가다 file 바람의종 2010.07.18 120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