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10.11 12:36

“돈이 남으십니다”

조회 수 6604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돈이 남으십니다”

새로 산 구두에 흠집이 있어서 백화점으로 바꾸러 갔다. 가까이 있는 점원에게 구두 가게의 위치를 물었다. 점원이 답했다. “구두 매점은 4층에 있으십니다.” 4층에서 해당 상표의 매점을 찾아 다른 구두를 골랐다. 셈을 치르는데 새로 고른 구두가 먼저 산 구두보다 값이 싸다고 했다. 점원이 말했다. “돈이 남으십니다.”

좋은 언어 관행인지 아닌지는 따로 따져보아야겠으나, 우리말에는 복잡한 존대법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이 부분을 매우 어려워한다고 한다. 백화점 두 점원의 말은 흡사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이 하는 말처럼 들린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존대법을 엄격히 지키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말이란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하고, 우리의 전통적인 존대법은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존대법에 ‘압존법’이라는 것이 있다. 문장의 주체가 말하는 이보다는 높지만 듣는 이보다 낮을 때는 주체를 높이지 않는 어법이다. “사장님, 김 전무가 입원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김 전무님’이라고 하면 어법에 어긋난다. 하지만 압존법은 현실 언어에서 많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사물존대’라는 말이 있었다. “사모님, 눈이 참 예쁘십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눈’은 존대 대상이 아니지만 ‘사모님’의 눈이기에 높이는 것이다. 이런 말투도 이젠 언어사회가 수용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백화점 점원의 말투는 그런 것도 아니다. 백화점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언어교육을 다시 했으면 한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80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2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188
2732 샅샅이 風磬 2006.12.29 6554
2731 백정 바람의종 2007.07.11 6554
2730 시간, 시각 바람의종 2008.11.16 6557
2729 꽝꽝나무 바람의종 2008.06.14 6566
2728 간디·무작쇠 바람의종 2008.06.18 6567
2727 고양이 바람의종 2008.10.11 6568
2726 말다듬기 바람의종 2008.01.10 6572
2725 한거 가 가라! file 바람의종 2009.09.01 6579
2724 강남 바람의종 2009.02.12 6582
2723 고도쇠 바람의종 2009.08.03 6582
2722 '대'와 '선' 바람의종 2010.01.19 6591
2721 새해 인사 바람의종 2008.06.03 6600
2720 서울 바람의종 2008.01.12 6601
2719 쥐꼬리망초 바람의종 2008.06.22 6601
2718 켄트지 바람의종 2009.07.23 6601
» “돈이 남으십니다” 바람의종 2010.10.11 6604
2716 무더위 바람의종 2009.02.17 6609
2715 묵어 불어 바람의종 2009.07.14 6617
2714 작명(作名)유감 바람의종 2008.11.12 6620
2713 똥금이 바람의종 2009.05.01 6622
2712 ‘당신의 무관심이 …’ 바람의종 2008.04.02 6626
2711 오리 바람의종 2009.02.03 66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