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10.04 18:39

커피샵

조회 수 11571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피샵

우리가 쓰는 말에는 고유어가 있고 외래어가 있다. 본디부터 있던 우리말이나 그 말들이 어우러져 새로 만들어진 말이 고유어이고,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서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이 외래어다. 하늘·땅·바다 등이 고유어이고, 피아노·텔레비전·택시 등이 외래어다. 우리말에서 한자어는 딱히 외래어라고 하기 어렵다. 쓰임의 역사가 길고, 우리가 만들어 쓰는 한자어도 있기 때문이다. 이숭녕 선생은 생전에 한자어를 준고유어라고 했다.

외래어는 외국어가 아니다. 외국어를 받아들여 우리말로 삼은 이상, 그 말의 씀씀이는 더 이상 외국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변화가 있더라도 우리말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서울 강남의 고즈넉한 커피샵에서 만난 그녀는 톱스타와 아줌마의 양극단을 경험하고…”

스포츠지 기사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외래어표기법 규정에 맞게 적으면 ‘커피샵’은 ‘커피숍’이다. 우리는 영어 단어 ‘shop’을 우리말로 받아들여 ‘숍’이란 이름으로 호적에 올렸다. 이 말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미국에서 이 말의 발음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의 ‘숍’은 언제나 ‘숍’이다. 우리가 바꾸지 않는 이상.

그런데 문자 매체에서는 비교적 ‘커피숍’으로 바르게 적고 있지만, 전파 매체에서는 ‘커피샵’을 선호한다. 이런 말은 주로 본토 발음깨나 한다는 사람들이 퍼뜨리고 있다. 자기의 영어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탑텐’이 ‘톱텐’보다 반짝이는 말인가. 영어 실력 자랑하려다가 자칫 제 나라 말에 서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232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869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3983
3124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218
3123 교정, 교열 / 전공의 風文 2020.05.27 1222
3122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227
3121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228
3120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232
3119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233
3118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235
3117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239
3116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241
3115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244
3114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250
3113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251
3112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1252
3111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風文 2022.10.28 1259
3110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262
3109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262
3108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267
3107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269
3106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272
3105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272
3104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273
3103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2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