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9.29 18:49

세상은 아직…

조회 수 7471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직…

말에서 언어 대중, 크게는 인간 사회의 집단의식 같은 것이 발견될 때가 있다. 이때의 집단의식은 집단무의식이라고 해도 별 관계가 없다. 어쩌면 경계쯤에 있는 의식이 아닐까 싶다. 훈훈한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소식을 전할 때 곧잘 쓰는 ‘세상은 아직’이라는 말에서 ‘아직’이라는 부사는 훈훈한 느낌을 싹 가시게 하는 말이다. 오싹한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관용적으로 쓰이면서 그렇고 그런 말로 받아들여진다. 자기도 별로 넉넉지 못한 처지에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한 소시민의 선행 사실을 전할 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라는 말이 섞이는 것은 낯설지 않다.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다.” 중앙 일간지에 실린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 온정이 남아 있다면 인간 사회는 희망적이다. 그런데 왜 ‘아직’일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살 만한 곳이 못 되게 되고 언젠가는 온정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아직’이라는 부사에 실려 있다. 학문이나 기술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인간성이라는 것은 말라가고 있고, 그래서 세상은 언젠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말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의식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36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02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928
1170 드셔 보세요 바람의종 2008.03.13 7539
1169 뒤웅스럽다 風磬 2006.11.16 7538
1168 바람직안해 바람의종 2009.10.28 7533
1167 모아지다 바람의종 2008.11.25 7533
1166 짝벗 사이 바람의종 2008.03.28 7532
1165 알바 바람의종 2007.12.27 7528
1164 무크(지) 바람의종 2009.11.08 7527
1163 주인공과 장본인 바람의종 2008.09.18 7527
1162 성과 이름 바람의종 2009.03.08 7523
1161 세꼬시 바람의종 2009.05.17 7521
1160 잠바 바람의종 2008.11.25 7519
1159 비싼 돈, 싼 돈 바람의종 2010.02.06 7519
1158 불한당 바람의종 2007.07.17 7517
1157 아랍말과 히브리말 바람의종 2008.02.01 7515
1156 호르몬 바람의종 2009.09.27 7514
1155 부리나케 風磬 2006.12.20 7514
1154 눈살, 등쌀 바람의종 2009.03.04 7513
1153 배식 바람의종 2009.02.03 7512
1152 맞부닥치다 바람의종 2008.01.13 7510
1151 개안 바람의종 2007.05.30 7509
1150 자일, 아이젠 바람의종 2009.05.29 7507
1149 둥글레 바람의종 2008.05.10 75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