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말에서 언어 대중, 크게는 인간 사회의 집단의식 같은 것이 발견될 때가 있다. 이때의 집단의식은 집단무의식이라고 해도 별 관계가 없다. 어쩌면 경계쯤에 있는 의식이 아닐까 싶다. 훈훈한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소식을 전할 때 곧잘 쓰는 ‘세상은 아직’이라는 말에서 ‘아직’이라는 부사는 훈훈한 느낌을 싹 가시게 하는 말이다. 오싹한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관용적으로 쓰이면서 그렇고 그런 말로 받아들여진다. 자기도 별로 넉넉지 못한 처지에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한 소시민의 선행 사실을 전할 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라는 말이 섞이는 것은 낯설지 않다.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다.” 중앙 일간지에 실린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 온정이 남아 있다면 인간 사회는 희망적이다. 그런데 왜 ‘아직’일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살 만한 곳이 못 되게 되고 언젠가는 온정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아직’이라는 부사에 실려 있다. 학문이나 기술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인간성이라는 것은 말라가고 있고, 그래서 세상은 언젠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말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의식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재욱/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4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1507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6476 |
1192 | 미주알고주알 | 風磬 | 2006.11.26 | 7590 |
1191 | 싸게 가더라고! | 바람의종 | 2009.10.01 | 7589 |
1190 | 아시저녁·아시잠 | 바람의종 | 2008.01.31 | 7588 |
1189 | 뜰과 마당 | 바람의종 | 2008.02.23 | 7588 |
1188 | 가시집 | 바람의종 | 2008.03.15 | 7586 |
1187 | 살코기 | 바람의종 | 2009.10.08 | 7585 |
1186 | 한자성어(1) | 바람의종 | 2008.06.19 | 7581 |
1185 | 바꼈다 | 바람의종 | 2008.09.03 | 7574 |
1184 | ‘오빠 부대’ | 바람의종 | 2008.01.07 | 7573 |
1183 | 까마귀 | 바람의종 | 2009.02.19 | 7573 |
1182 | 단고기 | 바람의종 | 2008.03.20 | 7572 |
1181 | 올림과 드림 | 바람의종 | 2008.02.01 | 7570 |
1180 | 가닥덕대 | 바람의종 | 2008.02.03 | 7570 |
1179 | 동남아 언어 | 바람의종 | 2008.02.29 | 7568 |
1178 | 야합 | 바람의종 | 2007.08.01 | 7568 |
1177 | 바바리 | 바람의종 | 2009.03.23 | 7564 |
1176 | 복구 / 복원 | 바람의종 | 2012.07.02 | 7564 |
1175 | 무더위 | 바람의종 | 2010.07.09 | 7561 |
1174 | 주머니차 | 바람의종 | 2007.12.22 | 7555 |
1173 | 세꼬시 | 바람의종 | 2009.05.17 | 7552 |
1172 | 드셔 보세요 | 바람의종 | 2008.03.13 | 7551 |
1171 | 마냥, 모양 | 바람의종 | 2009.10.08 | 75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