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9.29 18:49

세상은 아직…

조회 수 7487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직…

말에서 언어 대중, 크게는 인간 사회의 집단의식 같은 것이 발견될 때가 있다. 이때의 집단의식은 집단무의식이라고 해도 별 관계가 없다. 어쩌면 경계쯤에 있는 의식이 아닐까 싶다. 훈훈한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소식을 전할 때 곧잘 쓰는 ‘세상은 아직’이라는 말에서 ‘아직’이라는 부사는 훈훈한 느낌을 싹 가시게 하는 말이다. 오싹한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관용적으로 쓰이면서 그렇고 그런 말로 받아들여진다. 자기도 별로 넉넉지 못한 처지에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한 소시민의 선행 사실을 전할 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라는 말이 섞이는 것은 낯설지 않다.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다.” 중앙 일간지에 실린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 온정이 남아 있다면 인간 사회는 희망적이다. 그런데 왜 ‘아직’일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살 만한 곳이 못 되게 되고 언젠가는 온정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아직’이라는 부사에 실려 있다. 학문이나 기술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인간성이라는 것은 말라가고 있고, 그래서 세상은 언젠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말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의식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91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50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476
1192 미주알고주알 風磬 2006.11.26 7590
1191 싸게 가더라고! 바람의종 2009.10.01 7589
1190 아시저녁·아시잠 바람의종 2008.01.31 7588
1189 뜰과 마당 바람의종 2008.02.23 7588
1188 가시집 바람의종 2008.03.15 7586
1187 살코기 바람의종 2009.10.08 7585
1186 한자성어(1) 바람의종 2008.06.19 7581
1185 바꼈다 바람의종 2008.09.03 7574
1184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573
1183 까마귀 바람의종 2009.02.19 7573
1182 단고기 바람의종 2008.03.20 7572
1181 올림과 드림 바람의종 2008.02.01 7570
1180 가닥덕대 바람의종 2008.02.03 7570
1179 동남아 언어 바람의종 2008.02.29 7568
1178 야합 바람의종 2007.08.01 7568
1177 바바리 바람의종 2009.03.23 7564
1176 복구 / 복원 바람의종 2012.07.02 7564
1175 무더위 바람의종 2010.07.09 7561
1174 주머니차 바람의종 2007.12.22 7555
1173 세꼬시 바람의종 2009.05.17 7552
1172 드셔 보세요 바람의종 2008.03.13 7551
1171 마냥, 모양 바람의종 2009.10.08 75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