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말에서 언어 대중, 크게는 인간 사회의 집단의식 같은 것이 발견될 때가 있다. 이때의 집단의식은 집단무의식이라고 해도 별 관계가 없다. 어쩌면 경계쯤에 있는 의식이 아닐까 싶다. 훈훈한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소식을 전할 때 곧잘 쓰는 ‘세상은 아직’이라는 말에서 ‘아직’이라는 부사는 훈훈한 느낌을 싹 가시게 하는 말이다. 오싹한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관용적으로 쓰이면서 그렇고 그런 말로 받아들여진다. 자기도 별로 넉넉지 못한 처지에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한 소시민의 선행 사실을 전할 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라는 말이 섞이는 것은 낯설지 않다.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다.” 중앙 일간지에 실린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 온정이 남아 있다면 인간 사회는 희망적이다. 그런데 왜 ‘아직’일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살 만한 곳이 못 되게 되고 언젠가는 온정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아직’이라는 부사에 실려 있다. 학문이나 기술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인간성이라는 것은 말라가고 있고, 그래서 세상은 언젠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말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의식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재욱/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8843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5449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0337 |
2244 | 구설수 | 바람의종 | 2008.10.11 | 7070 |
2243 | 벌이다, 벌리다 | 바람의종 | 2008.10.11 | 9162 |
2242 | 어떻게든 | 바람의종 | 2008.10.13 | 6630 |
2241 | 자리 매김 | 바람의종 | 2008.10.13 | 7065 |
2240 | 눈꼽, 눈쌀, 등살 | 바람의종 | 2008.10.13 | 9960 |
2239 | 즐겁다, 기쁘다 | 바람의종 | 2008.10.13 | 7728 |
2238 | 쇠르 몰구 가우다! | 바람의종 | 2008.10.14 | 6113 |
2237 | 메다, 매다 | 바람의종 | 2008.10.14 | 7447 |
2236 | 빌어, 빌려 | 바람의종 | 2008.10.14 | 11003 |
2235 | 졸이다, 조리다 | 바람의종 | 2008.10.14 | 6793 |
2234 | 강쇠 | 바람의종 | 2008.10.17 | 7852 |
2233 | 굴착기, 굴삭기, 레미콘 | 바람의종 | 2008.10.17 | 7898 |
2232 | 갯벌, 개펄 | 바람의종 | 2008.10.17 | 8294 |
2231 | 손톱깍이, 연필깍이 | 바람의종 | 2008.10.17 | 5621 |
2230 | 내비게이션 | 바람의종 | 2008.10.20 | 7047 |
2229 | 토끼 | 바람의종 | 2008.10.22 | 7945 |
2228 | 굽신거리다 | 바람의종 | 2008.10.22 | 6748 |
2227 | 낯설음, 거칠음 | 바람의종 | 2008.10.22 | 9888 |
2226 | 님, 임 | 바람의종 | 2008.10.22 | 5489 |
2225 | 어떻게 | 바람의종 | 2008.10.23 | 4900 |
2224 | 안성마춤 | 바람의종 | 2008.10.23 | 5965 |
2223 | 띄어쓰기 - "만" | 바람의종 | 2008.10.23 | 7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