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9.29 18:49

세상은 아직…

조회 수 7451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직…

말에서 언어 대중, 크게는 인간 사회의 집단의식 같은 것이 발견될 때가 있다. 이때의 집단의식은 집단무의식이라고 해도 별 관계가 없다. 어쩌면 경계쯤에 있는 의식이 아닐까 싶다. 훈훈한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소식을 전할 때 곧잘 쓰는 ‘세상은 아직’이라는 말에서 ‘아직’이라는 부사는 훈훈한 느낌을 싹 가시게 하는 말이다. 오싹한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관용적으로 쓰이면서 그렇고 그런 말로 받아들여진다. 자기도 별로 넉넉지 못한 처지에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한 소시민의 선행 사실을 전할 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라는 말이 섞이는 것은 낯설지 않다.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다.” 중앙 일간지에 실린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 온정이 남아 있다면 인간 사회는 희망적이다. 그런데 왜 ‘아직’일까?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고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살 만한 곳이 못 되게 되고 언젠가는 온정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아직’이라는 부사에 실려 있다. 학문이나 기술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인간성이라는 것은 말라가고 있고, 그래서 세상은 언젠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의식이 말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의식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29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81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723
2244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487
2243 트레킹, 트래킹 바람의종 2009.03.27 8597
2242 따 놓은 당상 바람의종 2009.03.27 7934
2241 치고박고 바람의종 2009.03.26 8077
2240 한번, 한 번 바람의종 2009.03.26 7588
2239 ~에 대해, ~에 관해 바람의종 2009.03.26 10677
2238 넌지시, 넌즈시 바람의종 2009.03.25 10900
2237 못지않다, 못지 않다 / 마지않다, 마지 않다 바람의종 2009.03.25 16545
2236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3.25 16230
2235 번지르한, 푸르른 바람의종 2009.03.24 7640
2234 저 버리다, 져 버리다, 처 버리다 쳐 버리다 바람의종 2009.03.24 22096
2233 과반수 바람의종 2009.03.24 8284
2232 주접떨다, 주접든다 바람의종 2009.03.23 18670
2231 웃긴, 웃기는 바람의종 2009.03.23 8196
2230 ~까지, ~조차, ~마저 바람의종 2009.03.23 11424
2229 추파와 외도 바람의종 2009.03.18 7795
2228 아니예요 바람의종 2009.03.18 6728
2227 가열차다, 야멸차다 바람의종 2009.03.18 11206
2226 상서롭다/상스럽다 바람의종 2009.03.17 27664
2225 떠벌리다/떠벌이다 바람의종 2009.03.17 10656
2224 넉넉지/넉넉치 바람의종 2009.03.17 14513
2223 나래, 내음, 뚝방길 바람의종 2009.03.16 80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