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8.14 14:52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조회 수 11944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상대에게 또는 대중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흔히 “저는 홍길동이라고 합니다”라고 한다. 이런 자기 소개말은 다른 표현이 없을 정도로 굳어져 있다. “저는 홍길동입니다”라는 말은 내가 누구라고 드러내는 말로는 쓰이지만, 소개말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 간도를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앙 일간지가 연재한 이문열의 소설 <불멸> 중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여기서도 “~(이)라고 합니다”라는 자기 소개말이 쓰이고 있다.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를 뜯어보자. ‘저는’은 주어, ‘합니다’는 동사다. 주어가 무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어가 생략된 것으로 보고 ‘저는’을 목적어로 보면 “사람들이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라고 되어 일단 모양은 갖추어진다. 보조사 ‘는’은 목적어의 자리에 쓰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목적어를 ‘저를’이 아닌 ‘저는’으로 할 수 있을까? 주어가 생략된 경우에는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자신을 소개할 때 “사람들이 저를 안중근이라고 합니다” 하는 것이 가당할까?

그렇다고 너나없이 다 쓰는 이 말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건 매우 폭력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의 통사구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라고 하다”를 ‘자기나 남을 소개할 때 쓰는 관용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는 홍길동입니다” 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14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60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554
2534 점심 바람의종 2010.08.17 8574
2533 호구 바람의종 2010.08.17 10360
2532 쌍벽 바람의종 2010.08.17 10431
2531 걸리적거리다 바람의종 2010.08.15 9691
2530 택도 없다. 바람의종 2010.08.15 14665
2529 ‘넓다´와 ‘밟다´의 발음 바람의종 2010.08.15 22684
2528 지다 바람의종 2010.08.15 11609
2527 불편부당 바람의종 2010.08.14 9884
2526 시험, 실험 바람의종 2010.08.14 10837
2525 -스럽다 바람의종 2010.08.14 9037
2524 신문과 심문 바람의종 2010.08.14 11544
2523 한번과 한 번 1 바람의종 2010.08.14 15482
»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바람의종 2010.08.14 11944
2521 십상이다 바람의종 2010.08.11 14362
2520 옴쭉달싹, 옴짝달싹, 꼼짝달싹, 움쭉달싹 바람의종 2010.08.11 20334
2519 ‘-이’와 ‘-히’의 구별 바람의종 2010.08.11 10048
2518 송곳니 바람의종 2010.08.11 10383
2517 휘발성 바람의종 2010.08.07 14742
2516 앳띠다 바람의종 2010.08.07 13653
2515 추석 바람의종 2010.08.07 11118
2514 지양과 지향 바람의종 2010.08.07 12125
2513 겻불 바람의종 2010.08.07 912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