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7.30 20:20

연합전술로 패했다

조회 수 9788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연합전술로 패했다

남의 글을 그대로 베꼈다는 말을 흔히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베꼈다”고 한다. 토씨는 조사의 다른 이름이다. 남의 글을 베끼려면 최소한 조사 정도는 바꾸어 써야 할 것 아니냐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조사를 하찮게 여기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조사는 엄격한 사용이 요구된다.

“71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신이 구사했던 그 연합전술로 김영삼에게 패했다.” 중앙 일간지에 실린 칼럼의 한 구절이다.

‘연합전술로’를 보자. ‘연합전술’에 기구격조사 ‘로’가 이어진 형태다. 문장을 훑어보면 71년에 자신이 구사한 전술은 연합전술이다. 그때는 자신이 이겼다. 그런데 이번에도 연합전술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누가 구사한 연합전술인가? 앞뒤 정황을 살펴볼 때 김영삼이 구사했다. 71년에 자신이 구사한 그 전술을 이번에는 거꾸로 김영삼이 구사했는데 자신이 패한 것이다. 그러나 문장 형식으로만 따져보면, 이번에도 연합전술을 구사한 것은 자신이고, 그 전술로 패한 것이 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연합전술’에 기구격조사 ‘로’를 붙였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상대격조사 ‘에’를 써서 ‘연합전술에’로 해야 반듯하다. “칼로 찔렀다”는 누구의 행위이다. 그러나 “칼로 찔렸다”는 누구가 찔렸다는 말로 알아들을 수는 있으나 ‘칼로’와 ‘찔렸다’의 호응이 틀어져 있다. 여기서도 상대격조사 ‘에’를 써서 “칼에 찔렸다”고 하면 반듯하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98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67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526
1236 아스팔트와 아부라 바람의종 2010.01.22 9883
1235 문책과 인책 바람의종 2010.11.02 9891
1234 피자집, 맥줏집 바람의종 2009.05.20 9892
1233 괴다와 사랑하다 바람의종 2008.02.02 9894
1232 불편부당 바람의종 2010.08.14 9894
1231 아저씨 바람의종 2010.05.08 9895
1230 전철을 밟는다 바람의종 2008.01.29 9900
1229 가검물(可檢物) 바람의종 2010.05.12 9903
1228 피난과 피란 바람의종 2008.04.24 9905
1227 발목이 접(겹)질려 바람의종 2009.06.17 9905
1226 파천황 바람의종 2007.09.04 9917
1225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바람의종 2008.04.22 9919
1224 난(欄)과 양(量) 바람의종 2010.08.07 9920
1223 만무방 바람의종 2011.05.01 9920
1222 염병할 바람의종 2008.02.27 9920
1221 답습 바람의종 2007.06.24 9922
1220 파투 바람의종 2007.09.04 9922
1219 낯설음, 거칠음 바람의종 2008.10.22 9923
1218 모밀국수, 메밀국수, 소바 바람의종 2009.08.07 9924
1217 인용 / 원용 바람의종 2009.09.07 9928
1216 뽀드락지 바람의종 2010.04.01 9931
1215 가능하느냐 / 가능하냐 바람의종 2012.06.01 99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