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7.13 21:03

피동문의 범람

조회 수 9795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피동문의 범람

우리말은 능동문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요즘 이런저런 글들을 읽어보면 피동문이 범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에는 피동문이 많다. 영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피동문을 그대로 옮기는 바람에 우리말에까지 피동문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국가인권위는 진보의 영역인데, 왜 진보가 아닌 인사가 임명되었느냐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왜 진보가 아닌 인사가 임명되었느냐”는 피동문으로서, 물음인 동시에 문제제기이다.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인가? 문제제기 대상은 당연히 ‘임명권자’이겠지만, 피동문을 씀으로써 마치 “왜 당신 같은 사람이 임명되었느냐”고 ‘임명된 인사’에게 따지는 것처럼 되었다. 경험적 인식으로 그냥 능동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문장 형식으로 보면 그렇게 된다. 그러나 능동문으로 바꾸어 “왜 진보가 아닌 인사를 임명하였느냐”고 하면, 이 또한 물음인 동시에 문제제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인가 하는 데서는 달라진다. 대상은 ‘임명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왜 저런 사람을 임명하였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물음과 문제제기의 대상을 누구로 하든 내용은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나 임명이 잘못되었다면 ‘자리에 앉은 사람’을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힌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쓰는 것이 반듯하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77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30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212
1148 쥐어 주다, 쥐여 주다 바람의종 2008.09.23 15922
1147 파이팅, 오바이트, 플레이, 커닝 바람의종 2008.09.23 8871
1146 어디 가여? 바람의종 2008.09.23 4899
1145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바람의종 2008.09.20 9359
1144 갈께/갈까 바람의종 2008.09.20 6966
1143 양동작전 바람의종 2008.09.20 7834
1142 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9.20 4631
1141 으뜸, 버금, 맞먹다, 필적하다 바람의종 2008.09.19 17008
1140 냉면 사리 바람의종 2008.09.19 7878
1139 남사, 남새, 남살, 남우사스럽다 바람의종 2008.09.19 9748
1138 바람의종 2008.09.19 7456
1137 작렬, 작열 바람의종 2008.09.18 11744
1136 비치다, 비추다 바람의종 2008.09.18 11371
1135 '첫'과 '처음' 바람의종 2008.09.18 8832
1134 핫도그와 불독 바람의종 2008.09.18 9086
1133 봉숭아, 복숭아 바람의종 2008.09.18 8543
1132 주인공과 장본인 바람의종 2008.09.18 7551
1131 음반이요? 바람의종 2008.09.18 6321
1130 뒷간이 바람의종 2008.09.18 8025
1129 들이키다, 들이켜다 바람의종 2008.09.09 10333
1128 쇠발개발, 오리발, 마당발 바람의종 2008.09.09 8156
1127 참 좋지다 바람의종 2008.09.09 63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