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7.12 20:21

쉼표 하나

조회 수 8792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쉼표 하나

글이란 쉼표 하나까지도 정확하게 써야 한다고 할 때, 예를 드는 고전이 있다.

1889년 미국 의회에서 가결된 관세법에서 쉼표를 잘못 찍는 바람에, 다음해에 법을 고칠 때까지 200만달러의 관세 수입을 날려버렸다는 이야기다. ‘모든 외국산 과일나무’(All foreign fruit plants)라고 한 것이 인쇄 과정에서 쉼표가 잘못 들어가 ‘모든 외국산 과일과 나무’(All foreign fruit, plants)로 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85년 창립된 민주당의 리더십협의회는 90년 아칸소 주지사 클린턴을 의장으로….” 미국 ‘뉴올리언스 선언’을 다룬 신문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미국 민주당이야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0년도 더 된 정당이다. 그러니 칼럼의 내용으로 보나 시기로 보나 85년에 창립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 내의 ‘리더십협의회’다. 그러나 기사 문장을 미국의 관세법 식으로 따지고 들면, 85년에 창립된 것은 민주당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꼭 필요한 곳에 쉼표를 생략해 버렸기 때문이다. “85년에 창립된 민주당의…”라고 하면 그 뒤에 무슨 말이 오든 85년에 창립된 것은 민주당이다. 기사 문장을 뜯어보면 ‘리더십협의회’라는 명사를 ‘창립된’과 ‘민주당의’라는 두 관형어가 각각 수식하고 있다. 이럴 땐 두 관형어 사이에 쉼표를 찍어 ‘85년 창립된, 민주당의 리더십협의회’라고 해야 확실하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50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99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942
1126 등골이 빠진다 바람의종 2008.01.02 9718
1125 듬실과 버드실 바람의종 2008.01.25 7615
1124 들통나다 바람의종 2008.01.02 12506
1123 들추다, 들치다 바람의종 2009.11.24 10558
1122 들쳐업다 바람의종 2009.07.28 9641
1121 들이키다, 들이켜다 바람의종 2008.09.09 10270
1120 들여마시다 바람의종 2010.01.28 8474
1119 들어눕다 / 드러눕다, 들어내다 / 드러내다 바람의종 2012.08.16 20714
1118 들르다와 들리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3.02 11597
1117 들르다/들리다, 거스르다/거슬리다, 구스르다/구슬리다 바람의종 2008.05.24 12441
1116 드셔 보세요 바람의종 2008.03.13 7532
1115 드론 바람의종 2012.10.15 12265
1114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272
1113 드라비다말 바람의종 2008.01.02 6873
1112 뒷자석, 뒤 자석, 뒷번호, 뒤 번호 바람의종 2009.11.08 11068
1111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061
1110 뒷담화 바람의종 2007.12.13 7025
1109 뒷담화 바람의종 2009.06.15 6965
1108 뒷담화 風文 2020.05.03 1023
1107 뒷간이 바람의종 2008.09.18 7970
1106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112
1105 뒤처지다, 뒤쳐지다 바람의종 2012.09.21 1268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