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
빚을 내어 쓰고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빚쟁이’는 저승사자나 다름없을 것이다. 빚쟁이의 빚 독촉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빚쟁이 하면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연상될 만큼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악덕을 일삼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빚꾸러기’라는 말도 있다. 빚을 많이 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빚쟁이나 빚꾸러기나 다 그런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해주로 달려간 안태건은 옛날 기세만 믿고 바로 빚쟁이를 찾아가 엄하게 다그쳤다.” 중앙 일간지에 연재된 이문열의 소설 <불멸> 중에서 따온 구절이다.
여기서는 빚을 준 사람이 아니라 빚을 진 사람을 ‘빚쟁이’라고 했다. 사전들은 모두 ‘빚쟁이’와 ‘빚꾸러기’를 올려놓았다. 그러나 ‘빚쟁이’에 대한 풀이는 두 갈래로 갈린다. ‘빚을 준 사람’으로 풀이하는 것은 모든 사전이 공통적이다. 그런데 일부 사전은 제2의 뜻으로 ‘빚을 많이 진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빚꾸러기와 동의어로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빚꾸러기’를 ‘빚을 준 사람’으로 풀이한 예는 없다.
‘빚쟁이’가 채권자와 채무자 양쪽을 모두 지칭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빚쟁이는 빚을 준 사람, 빚꾸러기는 빚을 진 사람이었지만, 대중의 씀씀이에 따라 빚쟁이가 서로 반대되는 두 뜻을 가지게 되었다.
우재욱/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22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98729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3704 |
2314 | 코끼리 | 바람의종 | 2008.09.07 | 7561 |
2313 | 그리고 나서, 그리고는 | 바람의종 | 2008.09.07 | 6616 |
2312 | 반딧불이 | 바람의종 | 2008.09.07 | 5682 |
2311 | 지나친 완곡 | 바람의종 | 2008.09.09 | 4703 |
2310 | 참 좋지다 | 바람의종 | 2008.09.09 | 6282 |
2309 | 쇠발개발, 오리발, 마당발 | 바람의종 | 2008.09.09 | 8118 |
2308 | 들이키다, 들이켜다 | 바람의종 | 2008.09.09 | 10294 |
2307 | 뒷간이 | 바람의종 | 2008.09.18 | 7985 |
2306 | 음반이요? | 바람의종 | 2008.09.18 | 6305 |
2305 | 주인공과 장본인 | 바람의종 | 2008.09.18 | 7526 |
2304 | 봉숭아, 복숭아 | 바람의종 | 2008.09.18 | 8507 |
2303 | 핫도그와 불독 | 바람의종 | 2008.09.18 | 8991 |
2302 | '첫'과 '처음' | 바람의종 | 2008.09.18 | 8739 |
2301 | 비치다, 비추다 | 바람의종 | 2008.09.18 | 11350 |
2300 | 작렬, 작열 | 바람의종 | 2008.09.18 | 11729 |
2299 | 개 | 바람의종 | 2008.09.19 | 7430 |
2298 | 남사, 남새, 남살, 남우사스럽다 | 바람의종 | 2008.09.19 | 9728 |
2297 | 냉면 사리 | 바람의종 | 2008.09.19 | 7837 |
2296 | 으뜸, 버금, 맞먹다, 필적하다 | 바람의종 | 2008.09.19 | 16964 |
2295 | 되겠습니다 | 바람의종 | 2008.09.20 | 4604 |
2294 | 양동작전 | 바람의종 | 2008.09.20 | 7789 |
2293 | 갈께/갈까 | 바람의종 | 2008.09.20 | 68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