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4.26 18:00

쿠사리

조회 수 12043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쿠사리

인간의 언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요즘 가장 흔하게 통용되는 설에 따르면 지구상에 약 60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소쉬르 이후 이런 인간 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많은 연구가 돼 있으나, 비속어나 욕설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대개 글말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다 보니 문자 기록 대상인 고상한 말을 주로 다루게 되어, 문자로 기록되지 못했으면서 정서적으로 관심이 덜한 비속어와 욕설을 빠뜨린 탓이 가장 크다.

우리 외래어에도 비속어에 속하는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쿠사리’이다. 재미있게도 이는 비속어가 매우 적다는 일본말에서 왔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은 ‘면박’, ‘꾸중’, ‘핀잔’을 뜻하는 일본말에는 ‘쿠사리’와 비슷한 것이 없다. 소리로 보아 ‘쿠사리’의 어원으로 생각되는 것은 ‘구사리’(くさり)인데, 이는 ‘썩다’라는 뜻의 동사 ‘구사루’(くさる)의 명사형이어서 ‘썩음, 썩은 것, 썩은 부분, 썩은 정도’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것도 우리가 쓰는 ‘쿠사리’의 어원으로 삼기는 부족하다. 그보다 더 가능성이 있는 것은 ‘구사레’(くされ)인데, 이는 ‘구사리’의 뜻으로도 쓰이면서 욕설로서 명사 앞에 놓여 ‘더러운’, ‘썩어빠진’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くされ 人間’은 ‘더러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욕설을 듣게 되면 당연히 면박이 될 것이며, 이 ‘구사레’가 나중에 발음이 변하여 ‘쿠사리’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28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81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792
2314 식혜와 식해 바람의종 2010.05.06 9836
2313 어미 ‘ㄹ게’ 바람의종 2010.05.06 8777
2312 억수로 기찹데이! file 바람의종 2010.05.06 10274
2311 토씨 하나 잘못 쓰면 바람의종 2010.05.06 8428
2310 실버 바람의종 2010.05.05 9010
2309 혼동, 혼돈 바람의종 2010.05.05 13111
2308 자문을 구하다? 바람의종 2010.05.05 14036
2307 명태의 이름 바람의종 2010.05.05 10563
2306 오버로크 바람의종 2010.05.05 11393
2305 절이다, 저리다 바람의종 2010.04.30 14124
2304 진짜 바람의종 2010.04.30 7922
2303 의존명사 ‘만’ 바람의종 2010.04.30 11120
2302 곤욕과 곤혹 바람의종 2010.04.30 9380
2301 ‘통장을 부르다’와 ‘시끄럽다’ 바람의종 2010.04.30 12181
2300 엄치미 개겁구마! 바람의종 2010.04.30 10015
2299 연출했다 바람의종 2010.04.27 8274
2298 알맹이, 알갱이 바람의종 2010.04.27 9520
2297 ‘렷다’ 바람의종 2010.04.27 9593
2296 ~섰거라 바람의종 2010.04.27 10607
2295 ~라고 믿다 바람의종 2010.04.27 10890
2294 내 자신, 제 자신, 저 자신, 너 자신, 네 자신 바람의종 2010.04.26 21010
2293 한자의 두음, 활음조 바람의종 2010.04.26 1224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