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0 07:21
참 그놈 간풀구만!
조회 수 12483 추천 수 8 댓글 0
참 그놈 간풀구만!
‘간풀다’는 그 뜻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표준어의 ‘짓궂다’나 문화어의 ‘장난궂다’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경남과 전남의 일부 지역에서 쓰이는 말이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서희의 몸종 봉순이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열한 살짜리 꼬마 신랑의 모습을 그려내는 한 대목을 읽다 보면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열여섯에 시집을 갔는데, 가니께 신랑 나이가 열한 살이더마. 게다가 우찌나 간풀던지 여름이믄 또랑에서 미꾸라지 잡노라고 옷이 흙에 범벅이 되고 겨울이믄 얼음판에서 온종일 미끄럼을 타는 바람에 바지 밑바닥이 성할 날 없었고 날이믄 날마다 연날리기, 연실에 손 비이기는 일쑤고 그래가지고 돌아오믄 이눔으 가씨나야! 니 때문에 손 비었다 하믄서 머리끄뎅이를 잡아끌고, 그래도 서방님이라구 말대꾸 한분 못하고 살았지.”
‘옷에 흙 범벅, 바지 밑바닥에 구멍내기, 제 각시 머리채 잡기’ 등 열한 살 꼬마 신랑은 온갖 말썽을 다 피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순의 긴 회한 속에서 꼬마 신랑의 철없는 행동은 밉살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귀엽고 살갑게 비치면서, ‘간풀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이처럼 ‘간풀다’는 너무 짓궂어서 밉살스럽다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행동이 귀엽고 살가울 때에도 쓰는 고장말이다. “아따 나가 젊었을 직이 을매나 간풀었는 중 안가?”(<겨레말큰사전>)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40487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696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2035 |
2970 | 백서 | 바람의종 | 2007.07.09 | 5314 |
2969 | 당나귀 | 바람의종 | 2009.07.23 | 5320 |
2968 | 설명글 | 바람의종 | 2008.08.21 | 5327 |
2967 | 댓글 | 바람의종 | 2007.11.01 | 5328 |
2966 | 스프링클러, 랜터카 | 바람의종 | 2008.06.27 | 5342 |
2965 | 모두에게? | 바람의종 | 2009.03.25 | 5369 |
2964 | 유 | 바람의종 | 2008.09.06 | 5392 |
2963 |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 바람의종 | 2008.06.22 | 5415 |
2962 | 도탄 | 바람의종 | 2007.06.27 | 5421 |
2961 | ‘뛰다’와 ‘달리다’ | 바람의종 | 2007.11.05 | 5426 |
2960 | 스펙 | 바람의종 | 2009.07.15 | 5433 |
2959 |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바람의종 | 2008.03.16 | 5435 |
2958 | 사랑금이 | 바람의종 | 2009.07.14 | 5439 |
2957 | 엉겅퀴 | 바람의종 | 2008.03.22 | 5440 |
2956 | 법대로 | 바람의종 | 2008.12.26 | 5452 |
2955 | 보도시 한 절(술) 뜨고 | 바람의종 | 2010.01.06 | 5453 |
2954 | 시세 조종 | 바람의종 | 2008.04.15 | 5457 |
2953 | 세금과 요금 | 바람의종 | 2008.05.11 | 5469 |
2952 | 쇠고기 | 바람의종 | 2008.11.14 | 5470 |
2951 | 이랑마랑 | 바람의종 | 2008.11.24 | 5476 |
2950 | 세금 폭탄 | 바람의종 | 2009.02.04 | 5477 |
2949 | 교과서 | 바람의종 | 2009.02.20 | 54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