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0 07:21
참 그놈 간풀구만!
조회 수 12557 추천 수 8 댓글 0
참 그놈 간풀구만!
‘간풀다’는 그 뜻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표준어의 ‘짓궂다’나 문화어의 ‘장난궂다’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경남과 전남의 일부 지역에서 쓰이는 말이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서희의 몸종 봉순이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열한 살짜리 꼬마 신랑의 모습을 그려내는 한 대목을 읽다 보면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열여섯에 시집을 갔는데, 가니께 신랑 나이가 열한 살이더마. 게다가 우찌나 간풀던지 여름이믄 또랑에서 미꾸라지 잡노라고 옷이 흙에 범벅이 되고 겨울이믄 얼음판에서 온종일 미끄럼을 타는 바람에 바지 밑바닥이 성할 날 없었고 날이믄 날마다 연날리기, 연실에 손 비이기는 일쑤고 그래가지고 돌아오믄 이눔으 가씨나야! 니 때문에 손 비었다 하믄서 머리끄뎅이를 잡아끌고, 그래도 서방님이라구 말대꾸 한분 못하고 살았지.”
‘옷에 흙 범벅, 바지 밑바닥에 구멍내기, 제 각시 머리채 잡기’ 등 열한 살 꼬마 신랑은 온갖 말썽을 다 피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순의 긴 회한 속에서 꼬마 신랑의 철없는 행동은 밉살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귀엽고 살갑게 비치면서, ‘간풀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이처럼 ‘간풀다’는 너무 짓궂어서 밉살스럽다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행동이 귀엽고 살가울 때에도 쓰는 고장말이다. “아따 나가 젊었을 직이 을매나 간풀었는 중 안가?”(<겨레말큰사전>)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817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4867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9688 |
1016 | ㅂ불규칙 활용 | 바람의종 | 2010.04.23 | 11694 |
1015 | 이판사판 | 바람의종 | 2010.04.23 | 10688 |
1014 | ‘바드민톤’과 ‘아수한 이별’ | 바람의종 | 2010.04.23 | 11921 |
1013 | 억수로 가찹데이! | 바람의종 | 2010.04.23 | 11836 |
1012 | 늘리다와 늘이다 | 바람의종 | 2010.04.19 | 10201 |
1011 | 바치다,받치다,받히다 | 바람의종 | 2010.04.19 | 13261 |
1010 | 몰래 입국, 몰래 출국 | 바람의종 | 2010.04.19 | 12284 |
1009 | 무녀리 | 바람의종 | 2010.04.18 | 11126 |
1008 | ‘-율’과 ‘-률’ | 바람의종 | 2010.04.18 | 13237 |
1007 | 저지 | 바람의종 | 2010.04.18 | 12259 |
1006 | ‘앗다’와 ‘호함지다’ | 바람의종 | 2010.04.18 | 14264 |
1005 | 곤죽 | 바람의종 | 2010.04.17 | 15560 |
1004 | 쇠다와 쉬다 | 바람의종 | 2010.04.17 | 14403 |
1003 | 네거티브 전략 | 바람의종 | 2010.04.17 | 11039 |
1002 | 터무니없다 | 바람의종 | 2010.04.13 | 10611 |
1001 | 외곬과 외골수 | 바람의종 | 2010.04.13 | 12961 |
1000 | 울면 | 바람의종 | 2010.04.13 | 11027 |
999 | 일상어 몇 마디와 ‘-적’ | 바람의종 | 2010.04.13 | 12480 |
998 | 접두사 ‘새-’와 ‘샛-’ | 바람의종 | 2010.04.10 | 12440 |
997 | 노가리 | 바람의종 | 2010.04.10 | 13715 |
» | 참 그놈 간풀구만! | 바람의종 | 2010.04.10 | 12557 |
995 | 너무 | 바람의종 | 2010.04.10 | 9645 |